내년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이 실시된다. 또 가벼운 우울증 등 단순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경우 정신질환명을 표시하지 않고 ‘일반상담’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선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24일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지난해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격이다.
201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만18~74세 성인 남녀 6022명 중 14.4%에 해당하는 519만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한 번 이상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비율은 15.6%에 달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 당 31.2명(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경험자 가운데 정신과 전문의 등으로부터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비율은 15.3%에 불과했다. 국내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은 미국(39.2%), 호주(34.9%), 뉴질랜드(38.9%) 등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우선 정신질환이 중증화·만성화 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생애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추진될 이 계획을 보면 초등학교 입학전 2번(취학전은 부모기입), 초등학교 때 2번, 중·고등학교 때 각각 1번, 20대에 3번, 30대 이후로 10년마다 2번씩 정신건강검진을 받는다.
건강보험공단이 검진 설문지 등을 우편으로 검진자에게 발송하면 검진자 스스로 설문 내용을 채워 회신함으로써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은 설문 결과를 평가해 검진자에게 우편으로 전달하게 된다.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의 범위도 축소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은 정신과 의사와 단순 상담한 경우도 정신질환자로 정하고 있으나 앞으로는‘입원 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한정하게 된다. 또 복약·입원 처방없이 단순 정신과 상담만 받을 경우 질환명을 명기하지 않고 ‘일반상담’으로 청구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민간보험 가입 거부 등의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벼운 우울증 등 단순 정신과 상담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신과 의사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정신질환 의심자들의 조기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민간 전문기관과 연계해 근로자 정신건강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학교 폭력·자살·학업 부담 등 학생 정신건강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위(Wee)’센터 등에 전문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