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의 교통안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인천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발생한 일명‘운동장 김여사’ 사고의 운전자가 지난달 말 형사처벌을 면하면서 제도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운동장 김여사 사고는 4월 인천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걸어가던 학생이 차에 치여 중상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이 사고의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차량 운전자는 학교 운동장에서 전방 주시를 게을리하다가 걸어가던 학생을 치였다. 화면에는 당황한 운전자가 사고 발생 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오히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후에는 운전자의 남편이 인터넷에 학생의 안위보다 보상금을 걱정하는 글을 올려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고 때마다 학교 운동장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그때마다 잠깐씩 관심을 보일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제도를 현실에 맞도록 정비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2년전 개선 계획 실행만 했어도 =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 2010년 전국 1011개교에 대해 257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행로와 차도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운동장 교통안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자 흐지부지 넘어갔다. ‘운동장 김여사’ 사고가 발생한 인천시의 해당 고교도 이 안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학교 운동장 교통사고가 몇 건인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운동장 김여사’ 사고가 여론의 관심을 끌자 지난 27일에서야 학교안전공제회 등에 관련 통계 작성을 요청했다. 교과부 시설과 관계자는 “각 교육청에 환경개선지원비를 교부하면 교육청에서 알아서 쓴다”고 했지만 정작 그 중 몇 개 학교가 운동장 구조를 개선했는지는 한 차례도 확인하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는 부처·부서간 관련 대책을 서로 미루는 모습마저 보였다. 행안부 안전개선과는 경찰청 교통운영계로, 경찰청은 교육과학기술부로 각각 답변을 미뤘다. 교과부 내에서도 학생안전과는 “시설과로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고 시설과에서는 “각 교육청에 환경개선지원비가 교부되면 교육청에서 알아서 쓴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쿨존에 정작 학생들의 통행이 가장 많은 학교 운동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청 운통운영계 관계자는 “학교운동장은 학교 교육시설의 일부일 뿐 도로교통법상 규정하고 있는 도로가 아니므로 스쿨존이 아니다”라며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문 밖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사고라도 교문 문턱을 넘어서면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환경을 조성하려면 현실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문철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운동장 등에 차량 통행을 금지시키던가 부득이 통행하는 경우라도 보도침범사고와 같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을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학교운동장, 대학캠퍼스, 아파트단지 등 사실상 차량이 다니는 곳을 도로로 해석한다고 해서 도로교통법 전체에 큰 지장을 가져오는 것을 아니다”라며 “제정 취지에 맞게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해 일반적인 사회 인식과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