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에 격분한 일본은 민주당 집권 후 처음으로 각료의 신사참배에 이어 급기야 한일 통화스와프협정 재검토 발언까지 나왔다.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관방장관은 15일 한일 통화스와프협정의 재검토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다양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뜻이다.
통화스와프란 서로 다른 통화를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조건과 시점에서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통상 국가 간 통화스와프 협정은 어느 한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상대국이 외화를 융통해주기 때문에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도 평가를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스와프는 일본과의 700억 달러를 비롯해 중국과 560억 달러,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 기금 중 384억 달러 등 총 1644억 달러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은 재무성 입장과 다를 수 있다”며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국제 금융정책국 한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환율안정 등 일본기업 수출에도 도움이 되는 양국의 상호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이유 만으로 재검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설혹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재계약을 않는다고 해도 7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143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만큼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3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채가 4114억달러에 달하지만,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 잔액은 1363억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어떤 식으로든 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우선 한·중·일 3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 협상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광복절을 전후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사이에 둔 일본과 중국의 영토 분쟁도 한층 거세다.
한·중·일 3국 정상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연내 한중일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했던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민간기업들의 활동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일 양국 국민의 정서가 가세해 대립할 경우 상대국 제품의 불매운동 등 기업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5년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친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 자동차 업체는 고객들의 계약취소가 잇따랐고 신차발표회도 취소했다.
특히 일본 우익단체들이 도쿄 등지에서 ‘한국인 떠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어 기업들은 마케팅에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