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스캔들’ 막전막후] 희대의 금융사기, 전세계를 흔들다

입력 2012-08-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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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 조작 스캔들’은 평온했던 유럽 최대 금융가인 영국 런던시티를 발칵 뒤집었다. 2005년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진 글로벌 은행들의 리보 조작에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까지 연루되면서 런던시티는 금융허브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사진은 런던 헤론타워에서 바라본 템즈강과 런던시티. 블룸버그

‘리보(LIBOR, 런던은행간금리) 조작’ 스캔들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시작은 금융위기라는 역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몸부림이었지만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영국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스를 발단으로 업계 담합 조작의 실상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은행들은 1986년부터 800조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금융거래에 적용한 기준 금리인 리보를 2005년부터 2009년에 걸쳐 조작했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조달 비용을 숨기기 위해 금리 조작이 이뤄졌다.

정해진 규제도 이를 감독하는 당국도 이들에게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각 은행이 임의로 제출한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리보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될 수 있는 리보를 민간 은행들에게 정하도록 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던 것이다.

리보는 지표 금리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작은 변동이나 부정확한 보고는 개인이나 기업, 전문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나 투자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은행들의 리보 조작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결국 리보 조작 사태는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금융기관들의 물질만능주의가 부른 폐해였다.

리보 조작 파문으로 유럽 최대 금융가인 런던시티는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정부의 연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눈가리고 아웅식’ 단속에도 불신이 커졌다.

특히 200여 은행을 대표하며 리보 산정을 주도해온 100년 전통의 영국은행가협회(BBA)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영국 금융권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이란 정부 소유의 은행이나 법인들과 10년간 거액의 자금을 세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런던시티의 입지를 한층 더 흔들었다.

리보 조작 사태는 잠잠해진 듯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사태의 단초가 된 영국 바클레이스를 포함해 JP모건체이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도이체방크 HSBC홀딩스 씨티그룹 UBS 등 관련 은행들이 북미 유럽 아시아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은행은 리보 조작에 따른 투자 손실 배상 소송에 직면해있다.

관련 소송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작 사건을 계기로 리보의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보의 대안으로는 환매조건부채권매매(REPO)금리와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리보가 글로벌 금융거래에 뿌리깊게 자리매김하다 보니 빠른 시일 안에 대체 수단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9월 회동을 갖고 신뢰를 잃은 리보 개혁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각국 정부는 리보 개혁에 적극 동참할 의지를 나타낸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 환매조건부채권매매(REPO) 금리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일정 기간 후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금융상품에 매기는 금리를 말한다.

REPO는 선진국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단기금융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금리는 채권시장 및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 OIS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 국제 금융기관끼리 빌려주고 빌려받는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자금에 대한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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