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간)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평의 시작 3일째인 이날 토론을 종결하고 이같이 최종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주장한 삼성의 특허 침해 가운데 상당수가 인정된다"며 "특히, 일부 특허는 삼성이 고의로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평결을 통해 삼성은 애플에 10억5185만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당초 애플이 삼성에 요구한 배상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된 기술은 바운스 백과 멀티터치 줌 등이다. 바운스 백은 화면을 맨 아래까지 내리면 다시 튕켜져 화면의 끝을 알려주는 것이고, 멀티터치 줌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밖에도 배심원단은 “삼성이 유럽의 차세대이동통신(UMTS: 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 표준과 관련한 특허로 시장을 독점화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연방 북부지방법원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이 나옴에 따라 이르면 한 달 이내에 공식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을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스마트폰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은 엠포메이션 테크놀로지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을 받았지만, 판사가 평결 내용을 뒤집고 RIM의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한국 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는 삼성이 판정승을 거뒀다.
서울중앙지법은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 1건을 각각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기각하고 애플이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과 애플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9개국(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호주)에서 30여 건의 특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