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는 오는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신 재정협약과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집행을 정지시켜달라는 원고측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소수 야당인 좌파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의 페터 가우바 일러 의원, ‘더 많은 민주주의’라는 시민연대 등은 지난 6월 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신 재정협약과 ESM에 대한 가처분 인용 여부 결정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의 운명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시장은 독일 헌재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신 재정협약 비준과 ESM 출범이 늦어지고 유로존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ESM의 출범이 늦어질 경우 그리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늦어져 이는 유로존 해체로 이어질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독일 국민은 유로존 구제 방안에 우호적이지 않다.
독일 dpa통신의 최근 국민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가 신 재정협약과 ESM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헌 결정을 희망하는 응답률은 25%에 그쳤다.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한 시민은 지난 4일 기준 3만7000명에 달했다.
독일 헌법소원 역사상 최대 인원이었다.
독일 국민은 신 재정협약이 발효되면 독일의 재정 주권을 EU에 더 많이 이양해야 하는데다 ESM 출범으로 시민들의 세금이 유로존 구제에 투입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독일 내 유로존 구제 반대 진영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독일 시민 700여명은 지난 8일 칼스루에시의 헌재 앞에서 신 재정협약과 ESM에 대한 위헌 결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유로존 구제에 대한 이 같은 국민적 반감과 반대 진영의 압박에도 헌재가 원고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독일 헌재는 그동안 메르켈 정부의 유럽 정책에 대해 간간이 제동을 걸었지만 모두가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이었다.
이번 재정협약안과 ESM 설립안은 이미 의회에서 다수의 찬성으로 승인된 것으로 헌재가 입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토마스 오퍼만 원내 대표는 이날 일요 신문인 타게스슈필 암 존탁에 “헌재는 지금까지 결정에서 유로존 구제금융에 대해 민주적 합법성을 강조해왔다”면서 “재정협약과 ESM의 적법성을 증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