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안철수는 안철수의 시간표에 따라 자기 일정 행보를 가지면 되고, 민주당은 민주당의 약속대로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위해 온 힘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안 원장 측도 “출마선언이 아니라 출마여부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라며 논의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향후 단일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한다.
민주당은 안 원장과의 단일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선 입당-후 단일화’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으로서는 안 원장으로 단일후보가 결정될 경우 제1 야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밀려 후보를 내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까지 당 소속 후보를 내지 못하면 정당의 정체성 마저 흔들리는 형국이 될수 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안 원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있다. 안 원장 측은 야권 단일후보 경쟁자인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때마다 정치적 이벤트를 벌이며 찬물을 끼얹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일 광주전남 순회경선일에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 ‘새누리당의 불출마종용’ 건을 터트려 경선 분위기를 식혔다. 당시 민주당 내에선 “하필 남의 잔칫날에”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이 출마여부를 밝히는 시기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며칠 후라고 못 박은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마땅치 않다. 경선후 누릴 수 있는 컨벤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따라서 안 교수가 출마선언을 하더라도 성급하게 단일화 논의에 먼저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안 원장에게 끌려가지 않고 최대한 당 후보의 지지도를 끌어올린 후 주도권을 갖고 단일화에 임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 역시 민주당 입당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안 원장 자신도 ‘안철수의 생각’이나 청춘콘서트 등을 통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안 원장 측과 접촉한 한 인사는 “안 원장은 자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길을 가면서 민주당 후보를 비롯한 범야권의 대통합의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의 지지도가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야권 단일화를 가로 막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가장 최근 조사에서 문 후보는 안 원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10% 가까이 벌렸다. 지난 11일 야권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안 원장을 앞지른 데 이어 하루 만의 수직 상승이다.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조사기간 10~11일)에서 문 후보는 44.2%로 전날(39.5%)보다 무려 4.7%포인트나 급등했다. 반면 안 원장은 34.5%로 전날(37.1%)보다 2.6%포인트 감소해 양자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9.7%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다자대결에서도 문 후보는 안 교수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였다. 안 교수는 21.9%로 전날(22.7%)보다 0.8%포인트 감소한 반면, 문 후보는 19.0%로 전날(18.9%)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면서 양자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9%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런 이유로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 압박이 커지겠지만, 실제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