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스프린트와 공동 전선을 펴 미국 5위인 메트로 PCS 커뮤니케이션까지 삼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메트로는 도이체텔레콤 산하의 T모바일USA가 인수를 추진 중이지만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보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메트로 주주들을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린트에다 메트로까지 손에 넣게 될 경우 소프트뱅크는 미국과 일본을 망라하는 통신망을 구축, 차이나모바일·버라이즌을 잇는 세계 3위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영국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하면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2006년 이후 6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일련의 인수에는 총 2조엔이 넘는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일본담배산업(JT)이 1조8000억엔을 투자한 영국 갤러허 인수가를 넘어 사상 최대다. 2조엔에 달하던 부채를 지난 3월 말까지 5500억엔으로 압축, 차입 여유가 생겨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태세가 가능해졌다.
소프트뱅크가 이처럼 공격적인 체제로 돌아선 것은 일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성장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국내의 계약 건수는 1억3000만건으로 이미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섰다.
여기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인기도 소프트뱅크로 하여금 조바심이 나게 했다.
아이폰5 출시로 데이터 통신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약한 통신망은 소프트뱅크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1, 2위인 NTT도코모·KDDI와 같은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이용 가능한 전파의 주파수대와 설비가 다양한 4위 업체 이액세스와 손을 잡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판단했다.
소프트뱅크가 이액세스를 3배의 웃돈을 주고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액세스의 새로운 주파수대와 고객 기반이 확보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
이액세스가 3월부터 서비스한 롱텀에볼루션(LTE) 1.7GHz대의 주파수는 애플이 아이폰5에 세계 표준으로 지정하면서 이동통신업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LTE 전용으로 2.1GHz대의 전파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액세스와 통합해 1.7GHz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또한 아이폰을 취급하는 스프린트와 메트로를 인수하면 애플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처럼 거침없는 행보 뒤에는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 사장이 있다. 그는 열 아홉 살 때 ‘인생 50개년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이행하는 중이다.
손 사장은 20대에 사업을 시작해 50대에 사업 기반을 다진 뒤 60대에 후계자에게 사업을 물려줄 계획이다. 그는 올해로 55세. 5년여 후에는 소프트뱅크의 사령탑에서 내려온다는 것이다.
그가 49세에 영국 보다폰을 인수한 것도 소프트뱅크를 현재의 모습으로 키우겠다는 인생 계획의 일부였던 셈이다.
그는 휴대폰 시장에 참여하기 전에는 1996년 야후의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2004년에는 소프트뱅크의 전신인 재팬텔레콤을 인수해 사업을 키워왔다.
이와이코스모증권 투자 조사부의 기요미즈 미쓰오 부장은 “손 사장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소프트뱅크를 키웠다”며 “이번 인수도 그 전략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