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질문이 두려운 사람들이 꽤 많다. 공식 석상에선 처음부터 이런 질문은 아예 하지말아 달라고 먼저 얘기하기도 한다. 바로 전자업계 고위 임원들 얘기다.
OLED TV는 자체 발광으로 빛과 색을 내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생생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고 두께도 얇아졌다. 이런 이유에서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린다.
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처음 공개한 후 전세계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연말이 다 돼가는 지금도 이들 회사가 제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OLED TV가 처음 공개될 때만 해도 런던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7월 중 나온다는 예측이 많았지만, 이제는 올해를 넘긴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OLED TV의 수율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율이란 하나의 패널을 생산해서 나오는 양품과 불량품의 비율을 말한다. 보통 양품의 비율이 80~90% 정도 나와야 생산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과 LG 모두 30% 안팎의 수율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00개를 만들어봐야 제대로 된 제품은 30개 밖에 못 건진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디스플레이와 TV 업계 수장들의 입장은 점점 난처해지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내 출시를 자신했지만,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다. 손해보면서 출시를 감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내놓는다, 안내놓는다” 얘기하기가 곤란한 입장이다.
특히 삼성과 LG전 전세계 최초 OLED TV 양산 타이틀을 놓고 싸우고 있다. 눈치작전을 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17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에 참석한 후 OLED TV 양산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계획대로 가고 있다”면서도 “가격과 수율이 문제”라고 했다. 결국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서는 수율문제 개선과 가격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안승권 LG전자 사장(CTO, 최고기술책임자)도 17일 오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제7차 과학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OLED TV 연내 출시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달 초 킨텍스에서 열린 ‘2012한국전자전’에서도 수장들의 답변은 이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는 OLED TV용 패널 양산시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 “삼성은 언제 나온다고 하느냐”며 자사의 출시일정에 대해말을 아끼고 경쟁업체 눈치를 살폈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 사장은 “경쟁사보다 더 빨리 출시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CE(TV·가전)담당 사장도 OLED TV 출시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고,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연구를 좀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연내에 OLED TV가 출시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내년 하반기는 돼야 OLED TV 출시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4분기에 삼성과 LG가 양산용 제품을 소량 출시할 가능성은 있다. 세계 첫 양산 제품 출시라는 타이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