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위기 상황을 사전에 미리 경험하고 이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운다. AMG의 고성능의 한계를 경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차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도로 위에서 닥칠 위급한 상황을 본능적으로 피해나갈 수 있다.
체험에 등장하는 차들은 물론 고성능 AMG 모델이다. AMG 아카데미는 가장 널리 치러지는 그리고 가장 진보한 운전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짧은 경험이지만 AMG 아카데미에서 익힌 손맛과 발끝의 감동은 나와 승객을 위험에서 구해줄 수 있는 운전 능력으로 뒤바뀐다. 온몸에 스며든 레이싱 DNA는 어느 틈엔가 나의 방어무기가 되는 셈이다.
◇가장 진보한 안전운전 교육 이벤트=지난 2일 독일 작센에서 치러진 AMG 퍼포먼스 드라이빙 아카데미에 참가했다.
이벤트는 독일을 시작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치러진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있는 한, 그리고 AMG 고객이 존재하는 한 프로그램은 전세계 어디든 날아간다.
단순하게 서킷에서만 치러지는 획일화된 드라이빙 스쿨도 아니다. 스웨덴에서 개최되는 행사는 끝없이 펼쳐진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치러진다. 빙판에서 마음껏 미끄러지며 겨울철 운전 테크닉을 마스터하기도 한다.
수업은 목적과 트레이닝 목표에 따라 기초, 중급, 상급, 프로페셔널, 마스터 코스 등 5가지 레벨로 구성된다. 레벨에 따라 각각의 목적을 지닌다. 프로페셔널은 강사로부터 1:1 트레이닝을 받는다. 마스터코스는 실제 레이싱에 뛰어들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면 된다.
공식 행사는 1박2일. 첫 날 환영회에는 드라이빙 강사와 코스를 소개한다. 내일 본격적으로 뛰어들 작센링(Ring)의 역사와 상세한 코스 현황을 미리 배운다.
드라이빙 강사들은 전현직 레이서들이다. 십수년씩 서킷에서 땀을 흘린 이들의 가르침은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코스 브리핑에서 강조한 갖가지 코스를 머릿속에 익히며 첫날밤을 보냈다.
이미 경험해본 이들은 익히 알겠지만 유럽, 특히 독일 사람은 기본적으로 드라이빙 스킬이 탄탄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시속 200km를 넘나들며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이들이다. 자동차의 한계속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차선을 바꾸며 맹렬하게 질주한다.
살펴보면 철저한 룰이 존재한다. 항상 주행차선을 유지하고 추월할 때는 과감하게 1차선에 뛰어든다.
목적을 이뤘다면 재빠르게 다시 주행차선을 찾아들어간다. 아무리 고속으로 달릴 지언정 언제든 룸미러에 뒷차가 따라붙으면 미련없이 1차선을 내준다. 차가 많고 차폭이 좁아도 모두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이유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하는 아우토반은 언제나 활기차고 경쾌하며 맹렬하다.
오늘 행사의 주무대인 작센링은 고요하다. 8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이곳은 1926년에 세웠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속에서 6・10 만세운동을 펼치던 해였다. 독일은 그때부터 이미 이렇게 엄청난 자동차 경주용 서킷을 건설한 자동차 강국이기도 하다.
서킷 안으로 들어서니 패독(코스에 접어들기 전 대기 장소)에 AMG가 늘어서 있다. 여기도 AMG, 저기도 AMG…. 여기저기 AMG가 넘쳐난다.
◇고성능 AMG를 통해 극한의 상황 체험해=국내 수입차시장이 아무리 늘어났다한들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에 하나 볼까말까한 고성능 AMG가 수십대씩 늘어서 있다.
과격한 인상의 CLS 63 AMG는 흔하다. 사진으로만 봤던 C 63 AMG 블랙시리즈도 이곳에선 주인공이 아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서킷에서 신나게 몰아봤다는 AMG 블랙시리즈가 지천에 널려있지만 눈길도 안간다.
대열의 맨 앞에 늘어선, 하늘을 향해 도어를 치켜 올린 SLS AMG가 묵묵하게 대기하고 있다. 자동차를 바라보면서 가슴 떨려본게 얼마만인지.
수업은 총 4가지다. 고속 핸들링, 브레이킹, 회피기동 등이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면서 한국팀은 핸들링과 코너링을 먼저 익힌다. 서킷의 절반을 반복해서 달리며 핸들링과 코너링을 먼저 익힌다.
우리를 담당한 강사 ‘이안(Yan)’이 먼저 서킷에 뛰어든다. 5명의 참가자가 그 뒤를 맹렬하게 뒤쫓기 시작한다. 차종이 다를 뿐 모두가 AMG V8 엔진을 얹고 있다. 서킷을 쩌렁쩌렁 울리는 배기음은 가슴을 방망이질하고 있다.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완벽한 코너링은 철저한 ‘아웃-인-아웃’ 방식을 따라야 한다. 코너 초입까지 미친 듯이 가속하고, 코너 초입에 들어서면 짧고 강하게 제동을 건다. 진입은 코너의 바깥쪽에서 시작하되 코너의 중간에선 안쪽의 정점을 날카롭게 찌른다. 이어 코너 끝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가속하면 된다. 말은 참 쉬운데 실제 서킷에 들어서면 쉽지 않은 일이다.
참가자는 스티어링 휠을 이 파일런을 향해 조준하면 된다. 속도를 잘 맞추면 꽤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과격하게 핸들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차 꽁무니가 슬쩍슬쩍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가기 일쑤다. 차체에 미동도 없지만 계기판 어디쯤엔가 주행안정장치 ESP 램프가 미친 듯이 깜박거린다. 이미 차가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를 붙잡기 위해 주행안정장치가 다급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ESP가 작동하는 사이 어느 틈엔가 드라이빙 강사는 저만치 도주하기 시작한다. 주춤하면 격차는 금방 벌어지곤 한다.
브레이크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밟아야 한다. 최대한 강하고 빠르게, 그리고 짧게 밟아야 한다. 아브레이크를 이렇게 밟다간 페달이 부러질 것만 같다. 그러나 “페달이 부러질리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일단 강사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코너를 빠르게 휘감고 정점을 잘라먹을 때면 온몸의 내장은 뒤틀어지고 원심력에 의해 옆구리고 내장이 쏠리는 복통까지 이어진다. 전문 레이서는 체력이 좋아야한다고 했다. 다 이유가 있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풋레스트를 왼발로 꽉 밟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등은 시트에 밀착시킨다. 이래야 섬세하고 정확하게 핸들을 돌릴 수 있다. 자칫 몸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람이 핸들에 메달리는 꼴이 된다. 섬세하기는커녕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왼발바닥이 아프고 종아리는 경련이 일고 허리는 끊어질 듯 통증이 이어진다. 등에는 땀이 흥건하고 헬멧에 짓눌린 머리칼은 촉촉하게 땀에 젖기 시작한다.
AMG 아카데미는 과격하다. 차가 지닌 한계점에 접근해 그 상황을 컨트롤해야하기 때문이다. 기본 프로그램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눈 튀어나올만한 코스들이 늘어섰다. 처음 서킷에 들어서면서 “설마 이러다 죽기야 하겠느냐”라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내 “설마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생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에서도 브레이킹과 핸들링을 경험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끄러짐이 반복되기도 한다. 갑작스레 튀어든 장애물을 피해 달리면서 점점 고성능이 익숙해진다.
AMG의 기본 목적은 고속 주행때 고성능 차량을 능숙하게 컨트롤 하는 법을 습득하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강사들은 참가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뛰어난 핸들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행 역동성과 자동차 기술에 관한 이론 교육과 실전 교육을 실시한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강사들이 고객들이 소유한 AMG 차량에 숨겨진 디테일과 중요한 장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안내해 준다.
오후 프로그램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를 멋지게 콘트롤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주행안정장치 ESP를 꺼두면 차는 돌변한다. 이제껏 핸들을 멋지게 돌리며 컨트롤했던 모든 것이 ESP 덕이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면서 나는 점점 레이서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수치로만 알았던 AMG의 고성능을 실제 서킷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면서 AMG가 지닌 ‘존재의 당위성’을 깨닫는다. 오늘의 경험은 몸속 구석구석에 하나의 DNA로 숨어들어갈 것이다. 나는 이제 레이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