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대형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이 영국에서 18억 파운드(약 3조1260억원)를 기록했으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세금을 한푼도 안낸 것으로 드러난 미국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에 이어 두 번째다.
이같은 거액의 매출에도 화이자의 영국 자회사는 회계장부에서 2011년과 2010년 각각 5900만 파운드와 4600만 파운드의 영업손실을 겪었다고 기록했고 지난해 법인세는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화이자는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의 최대 의약품 공급업체로 영국 전역에 4곳의 영업지점과 제조·연구시설 등을 두고 있다.
화이자의 지난해 세계 총 매출액은 127억 파운드에 달한다.
영국 시장에서 화이자는 지난해 3억4700만 파운드의 세전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됐고 그 중 25%를 세금으로 냈어야 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화이자가 영국에서 영업손실을 주장하는 방식이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일삼는 ‘합법적 역외 탈세’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의 절세나 편법적 세금 탈루는 주로 이른바 ‘이전 가격조작(transfer pricing)’을 통해 이뤄진다.
이는 세율이 높은 나라의 법인(자회사)에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사업 비용을 떠넘기고 이익은 세율이 낮은 소위 조세 천국에 몰아주는 방법이다.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는 오는 12일 청문회를 열고 구글과 스타벅스, 아마존 등 미국계 다국적기업 3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법인세 현황에 대한 심문을 벌일 예정이다.
PAC의 이번 조사를 주도하는 찰리 엘피케 보수당 의원은 앞서 조세회피 기업의 하나로 화이자를 공개 언급했다.
화이자 측은 이에 대해 성명에서 “화이자가 영국에 투자하는 규모나 조직개편 비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화이자는 실제 지난해 영국 시장에서 손실을 기록했다”면서 “영국법상 법인세는 매출액이 아닌 수익에 근거해 산출된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인터넷 경매 쇼핑 회사 이베이와 스웨덴 가구회사 체인인 이케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등도 영국에서 거액의 매출을 올리고도 극히 적은 세금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