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된 다큐영화는 6편, 곧 개봉 예정인 영화 세 편까지 합하면 총 9편이나 스크린에 걸린다. ‘두개의 문’, ‘달팽이의 별’, ‘말하는 건축가’,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 ‘한경직’ 등 5편은 누적관객 1만 명(영진위 집계, 11월 6일 기준)을 넘겼다. 다큐 영화 1만 관객은 상업영화 100만과 맞먹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그의 관점에서 바라본 유권자,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 4년을 되돌아보는 다큐‘MB의 추억’도 개봉 돼 6,76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96명 관객이 찾은 ‘맥코리아’는 서울시 민간투자사업 의혹을 폭로한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 영화들은 사회문제와, 동물, 인물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2009년 1월 20일, 과잉진압으로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 사망한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두개의 문’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영화로도 이입돼 7만 2,513명의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다.
또 ‘달팽이의 별’은 시각 및 청각 장애 남편과 척추장애 부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국제장애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와 세계 최고 권위의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도 장편경쟁 부문 대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이름을 알렸다. 또한 ‘황제펭귄 펭이 솜이’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자연 다큐멘터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故 한경직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종교 다큐 ‘한경직’은 특정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배급, 언론의 외면으로 관객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다큐멘터리 영화는 최근에는 SNS ,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중간 과정 없이 다양한 정보들이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있다. 실력 있는 감독들의 연출작들에 대한 소문 역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것이 다큐 영화에 대한 관심과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영섭 평론가는 “다큐영화는 신문, 방송 등 일반 언론이 다룰 수 없는 비판적 시선을 상세하게 담을 수 있고, 상업 영화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소재들을 전면에 내세울수 있다”고 다큐 영화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전했다. 또 흥행 이유에 대해서는 “정보의 빠른 확산과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 사회성 짙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잘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허구영화는 상상력을 동원 허구의 세계에서 오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지만 다큐 영화는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려 관객들로부터 더 큰 이해와 감동이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현실이 영화화되는 과정 속에서 감독을 통해 일부분 바뀌게 되고 재구성돼 탄생한다. 이 부분이 다큐 영화를 평가하는 관점이 된다. 결국, 현실의 한 측면이 부각되고 설득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결론은 감독의 의도와 달리 관객 개개인의 몫이다.
“감독들은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하고, 다큐 영화를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심영섭 평론가는 “감독의 개인적인 시선이 특정 입장에 치우칠 수 있고, 감독의 시선이 흘러가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져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 달여 남은 2012년, ‘영화판’, ‘반드시 크게 들을 것: WILD DAYS’까지 총 세 편의 다큐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분명 소수 관객만 찾던 다큐 영화가 더욱 넓은 층의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 영화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3년에는 어떤 다큐 영화들이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