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대표이사 꼬리표를 갖고 있던 한상범(57)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은 29일 강유식 부회장과 김반석 부회장을 각각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LG화학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주요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일선에서 물러나는 강유식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오른팔로 널리 알려져왔다. 서울대 상대를 수석으로 입한한 인재이며, 구본무 회장이 1970년대 중반 럭키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을 무렵 같은 부서에서 대리로 일하던 강 부회장을 눈여겨봐뒀다고 한다.
이후 그가 핵심 계열사인 전자와 반도체 임원을 거치며 치밀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이자 1997년 그룹 회장실 부사장으로 전격 발탁했고,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를 만들면서 그를 본부장에 앉혔다.
강 부회장은 또 LG그룹의 지주회사를 도입해 오너 패밀리인 구씨와 허씨 지배주주들의 자연스러운 계열 분리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의 후계 문제와 관련, 지주회사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킴으로써 구 회장의 딸을 지주회사 지배주주로 앉힐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LG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구 회장에 대한 보좌는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는 조준호 사장이 맡게 된다. 휘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시카고대학 마케팅 석사 출신의 조 사장은 지난 1986년 LG전자에 입사, 정보통신 전략담당 부사장과 정보통신 사업본부 북미사업부장을 지냈다. 지난 1996년 구조조정본부 상무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구본무 회장의 눈에 띈다. 결국 2002년 44세의 나이로 지주회사 부사장에 오르면서 재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 뒤 2009년 인사에서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사장 승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조 사장은 풍부한 해외체류 경험과 미주 지역 인맥으로 그룹의 신사업과 장기전략 수립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LG가 올 들어 단행한 다양한 원천기술 확보 M&A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기도 했다.
LG의 최장수 CEO이던 김반석 부회장도 이사회 의장으로 한발 물러선다. 김 부회장은 LG화학 대표로만 11년간 일했다. LG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직으로 현업에서 한발 물러나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G화학의 CEO는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이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구본무 LG 회장의 엄격한 성과주의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부회장 후임으로 석유화학사업을 총괄하는 박 사장이 선임된 것은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매출 22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2조8417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올해도 석유화학은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지난 3분기 실적에서도 석유화학은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7.5% 증가한 4381억원을 기록하며 다른 사업 부문(정보전자 14.4%↑, 전지 47.9%↓)과 큰 차이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한상범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올해 CEO를 맡은 한 대표는 2010년 3분기 이후 8분기 동안 지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하고, 3D TV LCD 패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LG하우시스는 신임 대표로 LG화학 출신인 오장수(58) 부사장을 선임했다.
30대 임원도 나왔다. 김성현(39) LG화학 상무다. 그룹 상무 승진자 가운데 가장 젊다. 서울대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김 상무는 98년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입사, 편광판 세계 1위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성임원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여성임원 3명이 신규로 선임된 것을 비롯해 1명은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여성임원 1명이 신규로 선임됐었다.
LG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현재의 경영환경이 위기라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엄격한 성과주의를 반영했다”며 “남다른 고객가치 창출 성과를 낸 인재는 과감히 발탁해 성과 창출에 진취적으로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세우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