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재선과 함께 지난 5월 전력업체 FSK와 MRSK 민영화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러시아의 국영기업 민영화 계획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발전부의 스타니슬라프 보스크레젠스키 차관은 “에너지업체의 민영화 취소는 정부의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정부는 철도운영업체 퍼스트프레이트 지분 75%를 매각하는 등 민영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항과 항만 등 에너지보다 더욱 매력적인 부문에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외국계 컨설턴트와 투자은행들을 고용해 민영화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공기업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재정을 건전화하며 해외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9월 자국 최대 은행인 스베르뱅크 보유 지분 7.5%를 50억 달러(약 5조37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정부는 또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기업 회계 투명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부터 상장기업은 국제회계기준(IFRS)이나 일반회계기준(GAAP)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회계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해 국영기업의 배당률을 순이익의 최소 25%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발표한 것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업체 가즈프롬은 지난해 말 배당금을 이전의 두 배 수준으로 늘려 현재 배당률이 4.5%에 이른다.
자산관리업체 프러스퍼리티캐피털의 리암 할리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영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고 있어 러시아를 고수익 시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면서 “아울러 사람들은 민간기업도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증시에서 국영기업의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보유한 일부 식품업체 주가는 올 들어 60~80% 뛰었다”면서 “어떤 업체는 배당률이 두 자릿 수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증시 RTS지수는 올 들어 10% 가까이 올랐다.
러시아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투자 매력이라고 CNBC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지난 1~10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면서 “비록 지난해의 4.3%보다 수치는 떨어졌으나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기둔화 등의 악재에도 비교적 선전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러시아 GDP 성장률이 3.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스베르뱅크의 안톤 카람진 부회장은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부동산버블 등 경기과열 위험이 없으며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유럽연합(EU) 27국 중 14국에서 그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재정이 양호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