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올해 유행어의 특징을 언어유희라고 정의한다. 세태를 반영하거나 풍자하려는 노력 없이 단순히 말장난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부터 탄생한 ‘시월드’ 정도가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시댁식구들을 친근감으로 녹여내 여성들로 하여금 시댁식구들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혔다고 보는 정도다.
김남주로 인해 ‘시월드’라는 단어가 회자됐다면 SBS ‘신사의 품격’ 장동건은 걸로체를 유행시켰다. “~걸로”로 끝나는 장동건의 말투에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느껴진다고 여성 시청자들은 말한다. 여심을 흔든 유행어는 MBC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도 만들어냈다. “멀어지라 하지도 않았다”라는 절규에 가까운 대사가 숱한 패러디를 양산하며 재미를 부여했다. 그런가 하면 올 한해 대중문화를 쥐락펴락한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제목 자체가 유행어였다. 어떤 숫자를 갖다 붙여도 어울리는 ‘응답하라’는 다양한 시대를 불러들였고, 주목하게 했다.
영화가 탄생시킨 최고의 유행어는 “어떡하지 너?”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조정석)의 깨알 같은 대사 처리에 관객들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보스 역을 맡아 “살아있네”라는 대사를 유행시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면서 하나같이 “하정우 연기, 살아있네~”라고 읊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행어의 보고(寶庫)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해보다 다양한 유행어가 등장했다. ‘개그콘서트-비상대책위원회’의 김준현은 “고~뤠?”라는 유행로 올해를 강타했다. 그는 또 ‘네가지’에서 “누굴 진짜 돼지로 아나?”라는 대사로도 시청자를 웃겼다. 김준현과 ‘네가지’를 함께하면서 “아니 아니, 아니되오~”라는 유행어를 만든 허경환은 ‘거지의 품격’에서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이라는 대사로 하반기를 접수했다. ‘정여사’의 정태호가 “브라우니 물어”, ‘멘붕스쿨’ 박성호의 “사람이 아니므니다” 정도가 “궁금하면 500원”에 대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행어가 스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의 잦은 사용 빈도로 유행 키워드가 된 사례도 많다. 올해는 ‘멘붕’이 인터넷을 강타했다. ‘멘탈 붕괴’의 줄임말로 황당하거나 어이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일본 성인비디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어 한때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멘붕’과 같이 줄여 쓰는 단어가 어느 해보다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패마(패밀리마트)’ ‘카베(카페베네)’ 등 고유명사뿐 아니라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등의 10~20대가 아니고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줄임말이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