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 2013 금융투자]김경훈 삼성자산운용 코어주식운용팀장 "리스크보다 리턴이 크다면 나서라"

입력 2013-01-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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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망을 통한 투자가 가장 어리석은 투자입니다. 그것은 주식시장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자신만의 원칙을 먼저 확립하고 그 원칙에서 출발하는 투자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김경훈 삼성자산운용 코어(Core·핵심)주식운용팀장은 올해 시장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 정확한 답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투자자들이 매년 초 증시전망을 물어오지만 전망을 듣고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빠져도 돈을 벌 수 있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김 팀장은 시장상황보다 개별 종목의 내재가치에 초점을 두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김경훈 삼성자산운용 코어주식운용팀장은 투자자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김 팀장은 “금융투자업계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누구도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얘기하지 않아 금융시장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금융업은 흥행산업인 동시에 신뢰사업인데 신뢰가 무너지면서 고객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고 지적했다.

항상 리스크를 먼저 염두에 두는 그의 투자철칙은 리스크 대비 리턴(수익)이 얼마나 나올 수 있냐다. 철저히 리스크를 따져본 뒤, 리스크보다 리턴의 확률이 확실하게 높을 때만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하면’ 올라가는 종목이 아닌 ‘~하더라도’ 주가가 상승할만한 종목을 찾는 게 김 팀장의 투자원칙이다. 별다른 호재가 없더라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종목을 엄선한다.

이런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1년 폭락장 속에서도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유일한 운용사가 됐다. 김 팀장이 운용하는 펀드는 펀드평가업체 제로인 평가 기준 리스크대비 리턴이 높은 순위에서 매년 최상위 1%에 들었다. 폭락을 주도할만한 종목을 사전에 걷어내는 전략이 주효했다.

그렇다고 김 팀장이 무조건 투자에 몸을 사리는 건 아니다. 기회가 포착되면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내달린다. 그는 “투자는 비정한 세계다. 기회를 잡지 못하면 무조건 루저가 된다. 인생에 기회가 몇 번 없다”며 “기회가 생겼고 100억원의 자금이 있는데 1억원만 투자한다면 이는 잃는 투자다. 30억~40억원은 투자해야 한다. 투자에는 기술보다 원칙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의심이 많은 부자 고객들이 가장 따지는 것도 원칙의 여부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에서는 특정 업종이나 개별 펀드를 생각하기보다 구조적인 변화를 먼저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김 팀장이 생각하는 가장 큰 시장의 변화는 ‘불황의 장기화’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어중간한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고 차별화된 회사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그는 올해에 브랜딩이 확고한 삼성전자나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현대차 등 명확한 투자포인트를 설정해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패턴의 변화’도 김 팀장이 향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는 요소다. 그는 “아이들의 수가 줄고 노인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한국 사회의 국면이 바뀌고 있다”며 “사회구조가 변하면서 소비구조도 함께 바뀌고 있다. 편의점 이용이 급증하는 등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는 기업에 희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또 사회적 불안감의 증가로 보험가입이 늘어나고 공허함에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채권형 펀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팀장은 “1980년 이후 채권시장은 30년간 불마켓(bull market·대세상승장)이었다. 현재 금리가 1~2% 수준인데 여기서 더 빠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며 “불마켓은 항상 화려하지만 남이 다 먹어서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단 1원도 채권펀드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같은 이유로 원자재 펀드에 대한 투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금이 빠지는 해 없이 상승을 지속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금이 10년 이상 오른 적이 없다”며 “모두가 금을 얘기하고 있어 투자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 리스크대비 리턴이 나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이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고 인플레이션에서는 주식의 리턴이 가장 좋아질 수 밖에 없다”며 “당장 올해 폭락장이 나타나더라도 참고 기다리면 2~3년 내에 충분한 보상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종목을 담은 펀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경기가 안 좋아서 실적이 악화됐지만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대비 리턴을 높일 수 있는 투자방식이라는 것.

김 팀장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펀드시장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펀드시장이 다시 두드러지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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