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 취임 3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베는 지난해 12월 취임과 함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겠다는 내용의 ‘아베노믹스’를 천명했다.
그는 취임 직후 기업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일본경제재생본부를 신설하고 경제재정정책자문회의를 부활시켰다.
일본은행(BOJ)의 적극적인 행동도 강력히 요구했다. BOJ는 지난 1월 올해 첫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종전의 1%에서 2%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의 자산을 무기한으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매파로 분류되던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이달 19일 임기보다 3주 앞서 조기 사임한다.
아베 총리의 부양책에 찬성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시라카와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마이너스(-) 0.4%로 3개 분기 연속 위축세를 보였지만 일본 정부는 오는 4월 시작하는 2013 회계연도에 실질 경제성장률이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0% 늘어나면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여 경기회복 기대를 고조시켰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 20여년 동안에 불황을 이끌었던 부동산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과 바클레이스는 올해와 내년 일본 도시 주요 사무실의 임대료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존스랑라살은 도쿄의 주요 사무실 임대료가 앞으로 2년간 연평균 5%씩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스는 2014년 말까지 누적 상승폭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투자컨설팅업체 CBRE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도쿄 도심의 A급 빌딩 공실률은 8.8%로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사무실 임대시장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산코부동산은 도쿄 도심 주요 사무실의 임대료가 지난해 4분기에 평(坪)당 2만3969엔(약 28만원)으로 전분기보다 13% 올랐다고 밝혔다.
도키오마린부동산투자관리의 히라노 마사시 최고경영자(CEO)는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통화정책 완화에 힘입어 부동산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오피스빌딩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 모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이전 수요도 시장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CBRE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쿄 도심에 위치한 638개 기업의 47%가 사무실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2010년의 37%에서 높아진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다음달 초에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일본 본사를 미나토구에 있는 롯폰기힐즈로 옮길 계획이다.
도쿄뿐 아니라 관서지역의 중심 도시인 오사카 시장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키쇼지가 집계한 오사카의 사무실 공실률도 지난 2011년 3월에 12.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달에는 9.4%로 떨어졌다.
부동산투자신탁(리츠, REITs)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도쿄증시 리츠지수는 올 들어 5일까지 22% 올랐다.
다나카 케니치 니폰빌딩펀드 CEO는 “우리는 1000억 엔 가치의 자산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면서 “지금은 도쿄 부동산을 사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빨리 투자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중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돈풀기’에 집착하기보다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규제를 완화함과 동시에 일본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