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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감을 몰아주는 계열사에 대한 매출채권 부실이 일감을 받는 상장사의 유동성 문제로 직접 연결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STX중공업은 지난 19일부터 금융권 대출금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금융정보시스템에 연체 사실이 등재됐다. STX중공업이 밝힌 연체 사유는 STX조선해양 등 계열사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의 상환 연장 협의까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채권 회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계열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제3자와 같이 강력한 회수작업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STX중공업의 지난해 내부매출 비중은 97%다.
특히 회계 전문가들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장사의 본질 가치 평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장사의 본질 가치는 지배권이 변동되는 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배권 변동 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의 ‘실적’은 별도의 이면 계약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 시장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각인이 매입인에게 현재의 내부거래를 유지해줘야 하는 옵션을 부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회사의 실질적 가치는 제3자에게 회사의 지분이 매각될 경우에 잘 드러난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면 회사의 존속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회사의 평가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상장사들의 내부거래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 관련 규정에는 내부거래 기준을 정한 조항이 전혀 없다. 그나마 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회사의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는 수준이 고작이다. 내부거래 비중에 상관없이 실적 기준만 충족하면 상장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상장총괄팀 관계자는 “상장조건 중 내부거래에 대해 규정은 없고 내부거래위원회를 두는 것은 권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정도 없다”며 “상장조건에 내부거래 기준을 두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