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오랜 전통(?)의 의약품 리베이트

입력 2013-05-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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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최근 종영된 드라마 ‘마의’에서 여주인공 지녕(이요원)은 광현(조승우)이 청나라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을 때 사설 약계를 운영했다. 드라마를 봤던 독자들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지녕이 약재상을 거치지 않는 사설 약계를 몰래 운영한 까닭은 가난한 병자들을 위해서다.

드라마에서 지녕의 양아버지로 나오는 명환(손창민)은 고주만 영감(이순재)이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세웠던 치종청을 없애고 사익을 추구하는 시료청을 세우며 사익을 취했다. 개인적 이익이 앞서다 보니 당연히 약값은 비싸졌고, 이를 보다 못한 그의 의붓딸 지녕이 정부의 삼엄한 감시에도 목숨을 걸고 사설 약계를 계속해나간 건 다름 아닌 ‘리베이트’ 영향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한 행동으로 짐작된다.

실제로도 조선시대에는 이런 리베이트 문제 때문에 정부가 골머리를 앓았던 흔적이 보인다.

중종 34년(1539년) 사헌부에서는 의약을 다루는 기관의 폐단이 심하다며 중종에게 엄히 다스릴 것을 간언했다. 사헌부는 당시 “양의사(조선의 의료관청)의 노비 및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창고의 약재를 도둑질 해다가 그 관아에 도로 납부하고는 요구하는 값이 한이 없기 때문에 약재는 날로 궁핍해지고 민생은 날로 군색해지니 진실로 작은 폐단이 아닙니다. 엄하게 다스린다면 그러한 습속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간언했다. 중종은 약재 문제를 엄히 다스릴 것을 하명했다.

관청이 약재를 사들여 이를 양의사에게 보내면 백성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인데, 양의사의 관료들이 빼돌린 약재를 다시 관청에 팔아 값이 높아져 이를 엄히 벌하자는 내용이다.

리베이트 근절 의지는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신임 진영 복지부 장관은 “리베이트를 반드시 책임 추궁해 근절하겠다. 사법기관과 연계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면 의약품 수 조정도 가능하다”고까지 했다. 전임 임채민 장관은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임 전재희 장관과 진수희 장관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장관치고 리베이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말하지 않았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리베이트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병원 교수부터 시골 공보의들까지 제약회사의 공짜 뒷돈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법도 다양해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를 통째로 내줬고, 카드를 받아든 의사와 일부 가족들은 백화점에서 쇼핑한 흔적이 남아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제약계와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곳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문제가 터지면 이들은 서로를 탓한다. 제약 영업사원들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자신들의 약을 써주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 한다. 의사들 역시 강연이나 부작용 설문조사 등으로 떳떳한 대가를 받았는데, 제약사들이 이를 리베이트라고 경찰에 실토했다며 해당 제약사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제약사와 의사는 현재 국민들로부터 돈만 아는 부류로 취급 당한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이런 이미지는 고착될 수밖에 없다. 허준이나 백광현이 자신의 사익을 취하지 않고 병자를 긍휼히 여겼던 선의가 2013년 대한민국 현실에도 교훈으로 남는 제도적 여건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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