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이 우려대로 결국 수석대표의 ‘격’에 대한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하고 무산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식만 찾다가 중요한 기회를 잃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남북은 11일 오후 1시 수석대표를 포함한 5명의 대표단 명단을 주고 받은 뒤 5시간 가까이 협의를 계속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남북당국회담이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오늘 북한측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북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지목하며 회담에 나올 것을 종용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수석대표의 급을 중요시한 데는 그동안 21차례에 걸친 남북장관급 회담이 남북 수석대표의 격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진 ‘불평등한 회담’이었다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통일부 장관이 나선 회담 자리에 북한에서는 장관급으로 보기 어려운 내각 책임참사 간에 이뤄진 경우에 이런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 역시 회담 무산 발표 직후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남북관계, 새로운 남북대화의 정립”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고집한 데에는 그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북한 최고지도부의 신임을 받는 실세로 책임과 권한이 있는 김 통전부장과 합의를 해야 복잡한 현안을 타결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북측 수석대표의 급에 집착하며 실리를 포기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에 집착하기 보다는 아량을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