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8일 대리점에 제품구입을 강제하고 대형유통업체 파견사원 임금을 전가한 남양유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회적인 관심을 반영해 조사착수 두 달여만에 이뤄진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1849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구입하도록 강제로 할당해 왔다. 인기가 없어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았거나 해당 대리점에서 아예 취급하지 않는 제품도 본사 마음대로 공급했다.
예를 들어 ‘떠먹는 불가리스’의 경우 매주 1600박스를 생산했지만 대리점의 주문은 130박스에 불과했다. 이처럼 초과생산으로 발생한 재고부담을 대리점에 떠 넘긴 것이다. 신고인 진술에 따르면 이렇게 밀어낸 물량이 전체 대리점 공급량의 20~35% 수준에 달한다.
밀어내는 과정은 대리점의 주문이 마감된 후 영업사원이 대리점의 주문량을 임의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2010년 9월에는 대리점의 주문시스템에서 대리점 처음에 주문한 수량을 검색할 수 없도록 시스템 자체를 수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회사가 설정·운영하는 반품율 기준을 2008년 2.03%에서 2013년 0.93%까지 지속적으로 낮추는 등 대리점의 반품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회사 측이 엄격한 반품제한 정책을 실시하면서 대리점들은 떠안은 물량을 지인에게 팔거나 폐기하는 등으로 처분했다.
밀어내기가 이뤄진 것은 불가리스 키즈·저지방우유 등 판매가 부진하거나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 이오·프렌치카페 등 매출주력품목을 포함한 26개 품목이다. 남양유업은 법률자문과 내부검토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행위가 범법행위라는 점을 알았으면서도 같은 행위를 계속 유지했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대형유통업체에 파견하는 진열판촉사원을 실질적으로 직접 고용하고 관리하면서 이들의 임금을 대리점에 떠넘겼다. 지난해의 경우 대형유통업체에 총 397명의 진열판촉사원이 파견됐는데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의 평균 63%를 대리점이 부담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도록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이와 함께 대리점에 대한 물품대금 결제방식을 변경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판촉사원의 임금 분담비율을 대리점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했다.
고병희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장은 “(남양유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거래상대방에 대한 착취, 일방적 부담 전가 등 소위 ‘갑의 횡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