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장중웅<사진>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이하 경영자문단)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위원장 선임에 앞서 기자를 만난 그는 대기업의 일방통행식 중소기업 지원 방식에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에 몸을 담게 됐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모습이었다.
사실 장 위원장이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1973년 포스코(옛 포항제철)에 입사해 20년간 경영 기획, 홍보, 비서 담당 임원, 연수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비서 담당 임원 시절엔 ‘철강 왕’으로 불리는 고(故) 박태준 회장을 5년 동안 지근에서 보좌했다.
장 위원장은 “중소기업 현장을 체험하고, 그들의 애환을 함께하다 보니 대기업 임원 시절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찾아낸 가장 큰 문제점은 ‘지원하는 쪽(대기업)’과 ‘받는 쪽(중소기업)’의 어긋난 눈높이다. 중소기업은 업력에 따라 필요한 부문들이 나뉘는데, 틀에 박힌 획일적인 지원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장 위원장은 “창업 후 2~3년 이내 소기업의 경우 ‘자금’을 원하고, 10년 이상 지난 중소기업은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이나 성장비전 수립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무조건 돈만 퍼주기보다는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2006년부터 7년간 약 80여개의 중소기업을 다니며 경영 전략, 인사·노무 분야를 중심으로 경영자문과 교육을 진행, 다양한 우수 사례를 만들어낸 ‘베테랑’으로 통한다.
그가 본격적인 경영자문에 앞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정리정돈’ 상태다. 이는 생전에 정리정돈을 유난히 강조한 고(故) 박 회장과 함께 생활하면서 체득한 그의 기업 진단 노하우다.
장 위원장은 “생산현장의 정리정돈 상태를 보면 경영자가 현장형인지, 사무형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직원들의 애사심도 엿볼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원동력은 인화와 단결인 만큼, 상명하복이 아닌 토론문화 조성을 위해 많은 조언을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또 현 정부의 최대 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 시대는 과학과 정보기술(IT)의 결합에 더해 인문학까지 조화를 이뤄 인류가 원하는 제품으로 세계화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것”이라면서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하고,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 등 대기업들은 이끌어 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자문위원 모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가교로써, 세계적인 중소기업 탄생을 뒷받침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