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독립경영(노조) 꼬리물기는 여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시너지 창출과 관련해 금융권 한 인사는 이 같이 진단했다. 한 솥밥을 먹은지 1년6개월여가 지나며 국내외에서 통합을 위한 여정에 돌입했지만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법인 통합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지만, 국내부문은 공존에 있어 타협점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금융권과 하나금융에 따르면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시너지 창출 방안으로 지난달 하나·외환은행 통합 인도네시아 법인명을 ‘PT Bank KEB HANA’로 정하고 내년 1월 통합법인으로 출범키로 했다. 비록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결정된 사항이나 순조로운 절차를 예고하고 있다. 현지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통합해 달라는 의견을 보내온 중국법인도 상황은 같다. 현재 현지 주재원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 간의 임금격차 문제 등 실무적인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은 하나·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와 중국법인이 통합될 경우 향후 사업추진에 있어 지점 통합에 따른 효율성이 제고되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부문 통합은 녹록치 않다. 현재 하나금융은 하나·외한은행 직원 4명씩 배치해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외환은행의 카드사업 부문과 하나SK카드의 통합 수순으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예고했다.
최근 TF에서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의 자산, 부채와 자본을 외환은행에서 분리해 신설 법인을 만들고 하나SK카드와 합친다는 인적분할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에서 분리되는 자본금은 7000억원가량이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SK카드의 부실 해결을 위해 외환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그간 몇차례 외환은행 노조가 독립경영을 앞세워 투쟁을 예고할 때마다 하나금융이 한 발 물러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과 10월, 하나·외환은행 전산망 통합 문제와 하나고에 대한 외환은행 자금 257억원 출연 문제 등 대립을 통한 갈등의 골은 깊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력 강화와 수익구조 개선에서 시너지 창출에는 이견이 없지만 셈법이 다른 접근법은 어렵게 자리잡은 조직의 융합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