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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토는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하여 4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대륙에 접하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함께 나타나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에 자생하는 생물자원도 국토 면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나타난다. 특히 식물유전 자원에 있어서는 4500여종의 자생식물이 생육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8% 정도의 식물은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식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같은 자생식물은 개발 여하에 따라 장래 훌륭한 경제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자연자원이다. 그러나 그동안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개발은 물론 제대로 된 보전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개발 가능성이 높은 자생식물의 자생지 분포 현황을 비롯하여 식물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정보 및 인공 재배 방안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던 까닭이다.
금후 각국의 식물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고 우수한 자생식물의 경제적 개발을 위해 다양한 자생식물 관련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생식물의 재배와 신품종 육성 과정을 통해 규격화와 상품적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인공적으로 재배된 자생식물의 수요 창출을 위해 유통구조를 확충하고 관련 상품의 외국 수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과 학자들의 적극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속리산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람들에게 알레르기까지 일으키는 외래식물인 돼지풀을 제거하기 위해 철쭉, 벌개미취 등의 자생식물을 심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새삼스러운 시도였지만 너무나 반가운 기사였다. 자생식물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풍토에 적응하며 살아온 식물이다. 그러므로 자생식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잡초나 외래식물의 방제에도 활용할 수가 있다. 경제적인 가치가 무한하게 잠재하는 자생식물 산업의 개발을 위해서는 과학적 학술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이 발족되면서 자생식물에 대한 괄목할 만한 조사 및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부족했던 자생식물자원의 표본 및 생물 재료도 대량으로 확보되어 국가 생물주권 확립에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 금년 11월 중에 충남 서천군에 국립생태원이 개원될 예정이다. 국립생태원은 자생 생물자원의 생태 특성을 비롯하여 한반도 생태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또한 지구생태계 체험관 및 한반도 숲 등의 전시공간을 통해 환경교육도 이루어진다. 국립생태원의 개원과 더불어 그동안 미진했던 자생식물 생태의 과학적 연구와 관련 산업의 육성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