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사업자 관리·감독에 대한 법률 제정을 본격 추진한다. 그동안 없었던 법적 근거를 만들어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원전 공공기관들을 하나의 틀로 상시 감독하겠다는 의도다. 향후 정부의 원전비리 근절 후속대책 추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후 ‘제3차 원전산업 정책협의회’를 열고 지난 6월 내놓은 종합개선대책에 대한 부처별 원전비리 근절 후속조치 추진 결과를 발표했다. 원전비리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재발방지 조치와 추진성과, 중장기 개선대책 등이 포함됐다.
산업부는 그동안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 운영을 통해 원전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종합 진단을 실시, △경쟁촉진 △구매관리 △품질관리 측면에서 중장기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우선 경쟁촉진을 위해 산업부는 제각각인 원전부품을 표준, 상용화해 일반기업들의 시장참여를 확대키로 했다. 또한 기존 납품실적 요건을 낮추는 등 공급사 입찰요건을 완화하고 기기 국산화 대상기업도 확대해 신규업체 발굴에도 힘쓰기로 했다.
구매관리 측면에선 원가기반 가격제도를 바꾸고 다수기업과 사전에 단가계약을 체결하는 다수공급자 계약제도를 도입해 투명한 거래관행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통합정보시스템, 협력사 관리강화 등을 통해 자재조달 전반의 관리능력도 향상시킬 계획이다.
품질관리도 강화한다. 입회검사 등 원전업계 기관별 품질관리를 명확히 재규정, 이전과 같은 품질서류 위조를 철저히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설계부문에서 한국전력기술이 기기검증서를 관리하고 제작부문에선 한수원과 제작사가 품질서류를 관리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전사업자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원전사업자 감독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사실상 법으로 원전비리를 제약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그동안 시행된 많은 대책들이 법제도적 뒷받침 없이 한수원 등 원전 공기업의 내규수준으로 조치돼 실질적인 이행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 그동안 각 원전 공기업의 자율책임 영역으로 관리돼 온 안전·비리예방 관련 경영활동을 제도화하고 이행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기능적으로 상호 연계된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 4개 원전 공공기관을 ‘하나의 틀’로 상시 관리·감독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종합대책과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 개선사항을 제도화해 원전업계가 자정기능을 갖추도록 유도하겠다"며 "원전산업 정책협의회를 통해 부처간 협업을 강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