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황의 집행검
‘진명황의 집행검’ 소송이 화제가 되면서 지난 2010년 ‘집행검 멧돼지 먹튀’ 소송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집행검 멧돼지 먹튀’는 지난 2010년 리니지 게임 내 정모에서 ‘멧돼지’가 ‘진명황의 집행검’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 노모(27) 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소송에 따르면 게임 속에서 ‘갑부라 불러줘’가 자신의 캐릭터로 다가와 ‘거지 같은 X’ 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노씨는 진명황의 집행검(2011년 기준 2500만원 상당)을 바닥에 내려놓고 “이래도 내가 거지냐?”라고 답했다.
그 사이 변신 아이템을 이용해 멧돼지로 변신한 공범이 다가와 바닥에 놓여 있던 진명황의 집행검을 들고 달아났고, 노씨는 멧돼지를 일반 몬스터로 착각해 진명황의 집행검을 빼앗기고 말았다.
뒤늦게 사실을 알아차린 노씨는 엔씨소프트에 이 사건을 신고했고, 엔씨소프트는 범인들의 계정을 정지했다. 그러나 문제의 집행검은 노씨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고객 스스로의 과실로 인한 피해의 경우 GM은 아이템, 경험치 피해 등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내용의 리니지 약관 제13장 3조를 이유로 노씨에게 진명황의 집행검을 복구해주지 않은 것.
분노한 노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게임 아이템이 민법상 동산에 해당하는지, 멧돼지의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첨예한 논쟁을 불렀다.
노씨의 진명황의 집행검 소송이 게이머 간 분쟁에서 시작됐다면, 이번 진명황의 집행검 소송은 게이머와 회사 간의 분쟁이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김현미 부장판사)는 김모(64)씨가 “착오로 인챈트한 진명황의 집행검을 복구해달라”며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착오로 보기 어렵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명황의 집행검은 최고 3000만원에 거래되는 아이템으로, 인챈트를 통해 공격·방어 능력이 일시적으로 강화되면 최고 6000만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챈트가 실패하면 진명황의 집행검 아이템 자체가 소멸될 위험도 있다.
김씨는 진명황의 집행검 인챈트에 실패했고, 지난 5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 “저가의 아이템을 인챈트하려다가 착오로 벌어진 일이므로, (진명황의 집행검 인챈트) 의사표시를 취소해달라”며 소장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번의 인챈트 중 특정한 진명황의 집행검 인챈트 실행만 착오였다고 보기 어렵고, 만약 김씨의 주장대로 진명황의 집행검 인챈트가 착오라고 가정하더라도 3000만원짜리 아이템을 인챈트한 것은 김씨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므로 엔씨소프트는 진명황의 집행검 아이템을 복구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