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진 김장비용’의 함정…밥상물가 ‘불안’, 생산자 ‘울상’

입력 2013-12-03 09:06 수정 2013-12-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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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김장비용,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배추·무 가격 1년 전보다 30% 이상씩 폭락

올 가을 배추값 폭락에 소비자들의 김장비용은 줄었지만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배추 풍작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로 생산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나 소비자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올해 급격히 하락한 배추·무 등 김장재료값이 급격히 하락한 탓에 내년 기저효과로 밥상물가가 치솟을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소비 촉진 캠페인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등을 통해 가격 폭락 잡기에 나섰지만 단기적인 재탕 대책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 27일 전국 전통시장(14곳)과 대형 유통업체(25곳)을 조사한 결과 김장성수품 13개 품목의 구입비용이 한 주 전(11월 20일)보다 0.5% 감소한 18만9000원(전통시장 기준)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대형유통업체에서 구입할 경우 김장비용은 19만4000원으로 역시 전주대비 1.3% 하락했다.

김장비용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김치 담그는 비용을 지수화한 김장지수는 지난달 6일 91.3을 기록했지만 공급물량 증가로 11월 20일 90.5, 27일 89.7로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예년에 비해서도 김장비용은 크게 싸졌다. 올해 농식품부가 예상하고 있는 김장비용은 작년 보다 20.1% 하락한 19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보다 김장재료 구입비용이 싸진 배경에 대해 aT 관계자는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양호로 공급물량이 충분한 배추와 무 등 채소류와 고춧가루 등 양념류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1년 전에 견줘 8.8% 내렸다. 배추값와 무는 각각 39.7%, 33.1%나 내렸으며 부재료인 고춧가루(-27.1%), 파(-33.8%)의 하락폭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물가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현재의 낮은 농산물 가격이 물가불안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산물 가격 폭락에 농업인들은 당장 수익에 타격을 입게 됐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채소의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17.8%, 전년 동기대비 21.9% 하락했다.

배춧값이 폭락하자 정부 당국은 가격 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을 펴고 있다. 유통업체 할인행사와 직거래장터 활성화 등을 통해 배추 소비를 촉진하는 한편, 유통협약상 시장격리 물량 3만톤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하고 신선배추 1만1000톤을 저장·비축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일에는 지난 5월 도매시장에서의 정가·수의매매 확대, 직거래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배추 등 채소류 등의 높은 유통비용과 가격 불안정성 등을 개선해 지나친 농산물 가격 변동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조 개선에 무게를 두다 보니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정가·수의매매 확대방안과 직거래 활성화도 농산물 가격 급등 때마다 나왔던 재탕 대책들이다. 기본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요 공급 조절 기능이 현실에 맞게 가동돼야 하고 저장·보관 시스템 구축 방안도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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