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의 부채 및 방만 경영 해소를 위해 연일 강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무리하게 부채축소를 강행하면 겉으로는 당장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내실이 없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전시정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부의 공기업 자산매각 추진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부채가 많은 LH공사, 한국전력 등 12개 공공기관에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자산 이외 모든 자산의 매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해외자원개발 분야를 시작으로 정보화, 중소기업, 고용·복지 등 4개 분야에 대한 기능 점검에 나서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이 개별로 추진해온 자원개발 업무를 대거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일정을 정해놓고 공기업 자산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부채 규모를 감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데다 정부의 재촉이 강한 상황이다. 때문에 공기업이 자산매각에 급급하다 보면 알짜 자산의 헐값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관련된 공공서비스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비록 정부가 '헐값 매각 시비,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절차를 준수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정부의 독촉이 반복될수록 자칫 전략적으로 매입한 자산을 헐값에 팔아놓고 더 비싼 값에 사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압력을 받는 공기업들이 공공요금 인상을 들고나오면서 서민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기업 개혁이 강조된 지난해 말부터 각종 공공요금이 들썩인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요금 5.4% 인상안을 인가했다. 연초에는 도시가스요금이 5.8% 올랐고 철도와 우편요금, 간강보험료, 담뱃값 인상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공공요금은 올리는 것은 맞지만 자칫 방만 경영으로 쌓아 올린 부채가 요금인상으로 전이돼 국민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공기업 개혁에 대한 피로감과 이에 대한 반감은 더 큰 문제다. 코레일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며 추진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을 부른 것처럼 공공기관 개혁이 공공노조와 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공 부문의 개혁 작업이 민영화 등 이슈와 맞물릴 경우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돼 사회적인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