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늑장'인사가 공기업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낙하산-지역편중 인사 등의 구태가 반복되면서 방만경영의 개혁 또한 희석되는 양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 산하 30대 공기업과 87개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임명절차가 늦춰지고 있다며 질책을 받았다. 국감을 앞두고 당시 30대 공기업과 87개 준정부기관의 각각 5곳이 공석인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통상 지난해 3월 진행되어야 할 인선이 반년 넘게 지체되면서 코드 인사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국회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사 지체는 계속됐다. 당시 공석으로 지적됐던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마사회, 지역난방공사 등 10곳의 공공기관 등의 CEO 인사는 대부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야 마무리됐다. 특히 CEO 공석이 해를 넘긴 기상산업진흥원의 경우 여전히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강윤구 원장은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속 인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금융 공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사의를 밝힌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의 후임은 4개월이 지난 14일에서야 김한철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6월 초 사퇴한 우주하 코스콤(증권전산) 사장의 후임 인선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우 사장이 감사원으로부터 비리의혹 등 고강도 감사를 받고 있는데다 코스콤의 방만경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낙하산'인사는 공기업 개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용산 사건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항공사 사장 인선을 비롯, 현명관 마사회 회장,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모두 정·관계의 낙하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역편중도 여전하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95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중 영남 출신은 전체의 34.8%를 차지했다. 호남(11.6%), 충청(12.3%)의 3배 이상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기업 방만경영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CEO의 장기공석은 업무공백을 가중시키고 낙하산 인사는 비전문적 경영부담은 물론 노조반발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상대적으로 조직개혁에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