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은 지난 한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유동성 위기로 수조원대의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등 채권단 관리 아래 경영정상화 노력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추가 부실 규모가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수혈은 물론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STX조선해양은 사외이사들의 고액 연봉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감사위원회 위원장 겸임 사외이사는 연봉이 8400만원, 일반 사외이사는 6000만원이다. 2012년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이 8800만원임을 감안하면 업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작년 3월 신규 선임된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를 배려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이들이 고액 연봉에 걸맞게 경영진의 비판·감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다. STX조선해양 이사회가 2009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표결한 230개 안건에 대해 반대표가 나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미참석으로 인한 불참자를 빼면 모든 안건이 사외이사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사외이사=거수기’로 혹평받는 이유다.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졸업하고 정상화에 성공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매출은 늘리고 허리띠는 졸라매야 할 때다.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오명을 씻고 난관에 봉착한 현 상황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다면 사외이사들 스스로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