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에 대한 이중규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3사에 동일한 사안으로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13일 KT와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이통3사가 45일간 번갈아가며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날 공교롭게도 추가제재를 받게 됐다. 이날부터 시작하는 영업정지는 불법보조금을 중단하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보조금 경쟁을 벌인 것에 대해 미래부가 지난 7일 내린 징벌이다.
미래부와 별도로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2월 실시한 이통3사의 보조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경쟁이 심했던 만큼 보조금 주도 사업자를 선정, 추가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통사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는 것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한 제재는 방통위가 할 수 있다. 반면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 권한은 미래부가 갖고 있다. 결국 미래부와 방통위, 두 곳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허가취소·영업정지·과징금 부과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통신사업에 시어머니가 둘이 있는 셈이다.
방통위가 이날 내린 추가 제재의 근거가 미래부 영업정지 명령의 근거와 겹쳐 중복규제라는 지적이다. 보조금 조사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미래부가 이번 영업정지를 내린 것은 방통위가 건의한 ‘시정조치 불이행’ 사례를 근거로 하고 있다. 당시 조사 기간은 1월3일부터 1월28일까지였다. 이어 방통위는 1월3일부터 2월13일까지 추가 자체 조사를 벌여 이날 추가제재를 내린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래부에 제출한 조사는 2만건 정도의 표본에 불과해 보조금 주도사업자 등 상세한 내용을 잡아낼 수 없었다”며 “방통위 자체 조사에서는 이전보다 3배 이상 많은 표본으로 보조금 주도사업자 등을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부기관에서 법적 자문을 얻어 미래부 제재와 중복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중규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래부와 방통위의 잇따른 규제가 시장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이중규제가 맞다. (보조금이라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보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규제가 반복되는 것은 주무부처가 규제기관으로 힘을 과시하기 위함”이라며 “정부가 제재를 통해 오히려 시장을 마비시키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시장 담합이고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추가제재에 대해 이통3사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사업 허가와 취소권한을 가지고 있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눈치만 보는 ‘을’입장으로 추가 제재에 전면 반박하지 못하면서도 연이은 제재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보조금이 단속 대상인지 아닌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너무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