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부당대출 혐의와 함께 이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칼날이 도쿄지점뿐 아니라 전 은행권의 해외점포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IBK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잇따라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른 시중은행의 비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도쿄지점은 물론 해외점포에 대해 전면 재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적발된 국민·우리·기업은행의 부당대출 규모가 5700억원에 달하고, 이들 은행과 비슷한 경영 여건에서 일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의 비리 여부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아닌 다른 해외점포에서의 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총 150곳으로, 이 가운데 일본 내 점포는 10곳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현재 국민·우리·기업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부당대출 대가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조사하고 있으며 비자금 중 일부가 국내 유입된 것으로 추정, 비자금 규모와 용처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는 5000억원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600억원대, 100억원대다.
한편 일본에 진출한 국내점포는 덩치는 커진 반면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등 5개 국내은행 일본 점포의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은 1년 전보다 2억4000만달러 증가한 84억2800만달러로 집계됐다.
현지법인 형태로 일본에 진출한 신한은행을 포함해 5개 은행의 일본 점포 수는 총 5곳이다. 국민은행도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두고 있다.
자산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지난해 5개 일본 점포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4953만달러)과 비교해 20% 가까이(976만달러) 급감한 3977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8일 부당대출 관련 조사를 받은 전 도쿄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216만달러에서 738만달러로 무려 40%가량 축소됐다. 하나은행 도쿄지점도 당기순이익이 391만달러에서 197만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 들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가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은행권 관계자들은 일본 점포가 비리의 온상이 된 이유로 현지 금융권의 리베이트 관행, 인사 관행, 현지 한국인 위주의 영업 방식 등을 꼽는다. 일본 경기침체 및 일본 금융당국의 규제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적 악화의 근본적 이유는 일본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본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뒤쳐지는 등 일본 현지은행과의 일대일 경쟁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리베이트 제공 등 부당대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