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달 17일 오후 각각 김포공항,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룹 현안이 산적한 만큼 두 총수의 귀국 소식은 세간에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월 11일 출국한 지 96일 만에 귀국한 이 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에 대해 “안타깝다”고 심정을 밝혔다. 계열사 간 합병 및 사업 조정 등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그룹 현안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애통함을 먼저 전한 것이다.
이 회장이 귀국하면서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8개월 동안 7번이나 그룹 내 사업을 재편했다. 지난달 31일 삼성SDI, 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한 데 이어 이틀 만인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을 합치기로 결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출근 경영’을 통해 ‘갤럭시S5’에 대한 시장 반응과 1분기 경영실적,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 등 산적한 현안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특히 올 초 주문한 고강도 혁신에 대한 추진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위기론을 재차 강조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에 참석한 후 이날 오후 5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신 회장은 기자들이 기다리던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회장은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 등 그룹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용히 입국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를 비롯해 제2롯데월드 공사장 근로자 사망사고,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롯데쇼핑 과징금 부과 등으로 사상 초유의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는 검찰 수사에서 금품수수가 조직적으로 일어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헌 롯데쇼핑 대표는 18일 오전 대표직을 사퇴하는 등 힘겨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