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부유국으로 분류되면서 불안정성과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영국 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두 나라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취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12알(현지시간) 미국 CNBC가 보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다니엘 마틴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급격한 신용확대와 환율 유연성 부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환율은 특정 범위에서만 움직이고 홍콩달러 환율은 달러와 연동하는 등 두 나라 모두 고정환율제를 택하고 있다. 특히 연준의 저금리 기조와 비슷하게 싱가포르와 홍콩 기준금리는 현재 각각 0.21%, 0.41%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싱가포르와 홍콩의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채무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나라의 기업과 가계는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대출을 늘려왔다”면서 “그러나 몇 년 안에 갑자기 금리가 급격히 오른다면 채무자들의 부담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저금리 기조는 부동산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가격은 2009년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60% 정도 올랐고 같은 기간 홍콩 부동산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그 사이 가계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싱가포르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 홍콩은 60%로 불어났다.
마틴은 “특히 홍콩 가계가 상당한 주택시장 거품 때문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면 싱가포르와 홍콩 모두 주택가격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나 조정폭은 홍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완 크레디트스위스(CS)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금리 인상 충격에 취약한 것은 맞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두 나라 모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금융 시스템도 탄탄해 금리 인상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 대부분은 연준이 올해 안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고 2015년 중반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