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황금기가 저물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빚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10여 년간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아시아 경제가 최근 경기 둔화와 부채비용 증가 등으로 부진에 빠졌다는 것이다.
FT는 영국 유명 경제학자인 조지 매그너스가 2012년 ‘아시아의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을 때만 해도 아시아 비관론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아시아의 호황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경제는 10여 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그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빈곤층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같은 기간 한국과 말레이시아 태국의 경우 평균 소득은 2배로 늘어났으며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5배 급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2년 이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아시아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서 21%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와중에도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낮은 차입 비용이 성장 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2008년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융자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한국과 대만 등 가계 부채 수준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던 나라들의 빚도 더 늘었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러한 부채 증가는 고성장 기조가 이어질 때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여러 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저성장으로 비틀거리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성이 커지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전제하고 “아시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위기가 닥치기 전에 그동안 정치적인 이유로 꺼렸던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2005년 아시아 전체 GDP의 14%를 차지하던 미국과 유로지역으로의 수출 물량이 지금은 그 절반이 약간 넘는 수준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던컨 울드리지 UBS증권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는 이제 성장은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에는 한참 못 미치는 자기만의 형태의 불황에 직면해 있다”며 “광범위한 개혁만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