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국 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군부가 20일(현지시간) 계엄령을 선포했다. 특히 이번 계엄령은 내각과 협의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태국 군부의 강한 정치 개입 성향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태국 군부는 강력한 정치세력 중 하나다. 군부는 내전이나 폭동이 발생하면 내각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군은 지금까지 20차례 이상 계엄령을 선포한 바 있다.
태국의 현대사는 군부에 의해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32년 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가 시작된 것도 군의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태국 정치권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하게 대립하기 시작한 것도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실각시킨 군 쿠데타 이후다.
군의 쿠데타는 지난 90년대 이후 크게 줄었으나 군의 정치개입 문화 때문에 사회 위기나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일부 국민은 군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촉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친정부와 반정부 진영 사이에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자 군 쿠데타 설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군부가 나서 태국의 혼란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부의 영향력이 큰 것은 군이 무력을 장악하고 있고 정치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민간 구호나 지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군부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 폭동 등의 비상상황에서 군이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이번 태국 군부의 계엄령 선보는 사실상 쿠데타와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군 측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자 행동에 나섰다”면서 “이는 쿠데타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