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이 우리금융 수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6월. 그는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5본부 17개 부서를 3본부 9개 부서로 줄이고 18명의 임원을 전원 교체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전문성은 끌어올리고 몸집은 최대한 줄여 본격적 민영화 준비 체제를 갖춘 것이다. 취임식에서 “37년 은행 생활을 모두 걸고 민영화를 이루겠다”고 말할 만큼 그의 관심은 온통 민영화에 쏠렸다.
그로부터 1년. 우리금융은 지방 금융지주사와 분할, 재상장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9부 능선을 눈앞에 두게 됐다. 우리파이낸셜은 지난 2월 KB금융지주에 인수된 후 지난달 KB캐피탈로 출범했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도 농협금융에 자회사로 편입됐다. 경남광주은행 매각의 걸림돌이던 세금 문제도 해결됐고 민영화 마지막 관문인 우리은행 매각 방식도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에서 부실 문제가 컸던 STX조선 여신을 제외시킨 것은 이 회장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충당금에 숨통이 트이면서 지난해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었던 실적도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2분기 1482억원이던 우리금융 순이익은 3분기 864억원으로 줄더니 급기야 4분기엔 11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기업회계 기준에 따라 장부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될 예정인 증권계열 자회사의 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지분)은 3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6% 늘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대손비용과 판매관리비 감소에 따른 결과다. 일회성 요인 없이 달성한 손익이어서 향후 경상적 영업이익의 지속적 증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성과 평가 기준인 주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성공적 민영화 기대감이다. 이 회장 취임 당시 1만원 선을 넘나들던 우리금융 주가는 최근 1만2000원선까지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달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창립기념사에서 “계열사 모두 그룹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새 둥지에서도 저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란 법정 스님의 산문집 구절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