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급격한 원화절상이 경기의 하방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환율변동에 금리로 대응하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세월호 사태 등으로 인한 내수부진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 대출정책 등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통화정책 보완수단을 추가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13개월째 만장일치로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현상이 부분적으로 있었다”며 “환율이야 말로 시장에서 수급에 따라 결정돼야 하지만 급격한 변동은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초 1050원대에서 최근 1020원선까지 붕괴되면서 세자릿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환율변동에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환율은 결정요인이 다양해서 금리조정을 통해 대응했을 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당국의 수장으로서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환율 변동에 따른 경제·금융상황의 변화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하고 있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외환당국의 잦은 시장 개입이 미세조정에 그치는 것임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화강세의 영향을 계량 모형으로 측정하면 경제성장에는 부정적이지만 물가를 낮추는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전달 금통위와 같은 평가를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장기적 금리의 방향성은 인하보다 인상에 가깝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한발짝 물러났다. 그는 금리인상 발언이 현재도 유효한지에 대해 “금리가 인상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은 올해 4.0%, 내년 4.2%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며 “내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니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내달 경제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4월 전망 이후 여러 가지 여건 변화가 있어 종합적으로 점검해 다음달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이 최근 줄줄이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은도 하향조정 행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태 등으로 인한 내수 위축이 전체 경기흐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통화정책 보완수단으로 대출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금리정책 이외에 대출정책, 지급준비율 조정, 공개시장조작 등 3가지 통화정책 보완 수단이 있다”며 “지준율과 공개시장 조작은 경기대응 차원에서는 적절하지 않지만 대출정책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수부진이 어느 정도일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별로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국내 경기는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흐름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 경기가 글로벌 경기회복, 가계 소득여건 개선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장기화 가능성,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 등이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완전체가 아니었다. 박원식 전 부총재가 사퇴한 이후 후임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두달 연속 한명이 빠진 6명으로 진행됐다. 이 총재는 부총재 인선에 대해 “절차가 진행중에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부터 공식일정을 시작한 함준호 금통위원은 이날 첫 금통위 데뷔전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