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집단소송서 ‘반포풀리즘’ 기류 뚜렷

입력 2014-06-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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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반포퓰리즘 판결 ‘잇따라’

정권 초 각종 집단소송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기조를 유지해 온 사법부과 올해 들어서는 ‘잇따라’ 반포퓰리즘 판결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4월 해킹 피해자 강모씨 등 1469명이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를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SK컴즈를 해킹한 해커가 전문 해킹 수법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해킹 방지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 같은 달 대법원은 김모씨 등 30명이 담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은 현재 계류 중인 다른 담배소송은 물론 건보공단이 공공기관 최초로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BAT코리아㈜ 등 국내ㆍ외 3개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곽모(76)씨 등 31명이 교보생명, 현대캐피탈,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15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박근혜 정권 출범 초(2013년)와 비교할 때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인천지법 민사14부는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수분양자 299명이 5개 시공사와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입주자들의 분양계약 해지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재산상 손해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재판부의 포퓰리즘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5월께 울산지법은 김모씨 등 주민 1722명이 울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울산시와 토지주택공사로부터 10억7000만원 상당을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대법원이 고엽제 피해 파월군인들이 미 고엽제제조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은 고엽제 노출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제조사 측 책임을 물은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사법부는 불과 1년 새 집단소송 당사자들이 애초 예상한 그림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에는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던 사법부가 이제는 반포퓰리즘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사법부 또한 포퓰리즘과 반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고, 시대적 상황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만큼 이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이를 특별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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