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과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가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작년 말 이후 처음 얼굴을 맞대는 노사정 대표 간담회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계는 하계 투쟁을 앞두고 노사정이 만나 대화를 통해 경영 현안을 해결하길 원하지만, 노동계의 불신이 깊어 양측의 만남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재계는 노사정 대화 재개에 적극적이다. 쌍용차와 한국GM 등이 통상임금을 상여금에 포함하기로 함에 따라 통상임금 확대 기조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스런 상황에서 정년과 근로시간 등의 노사 현안을 묶어 처리하길 원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등 불확실성을 정리해 경영 환경을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포석이다.
이러한 재계의 움직임은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과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의 최근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허 회장은 “노사정이 서로 양보를 통해 화합하게 되면 한국경제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도 “임금구조 개편을 포함해 대타협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해 노사정 대화 복원에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재계와 정부의 대화 촉구에 불구하고 노동계는 한 발 빼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및 정부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노사정 참여로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게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정년 60세 연장은 이미 법으로 제정돼 2016년부터 시행되고 통상임금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도 이미 나와 있다. 쌍용차와 한국GM 등 통상임금을 상여금에 포함키로 한 기업들도 나오면서 노동계로선 간담회 참석이 아닌 하계 투쟁을 통한 쟁취를 선택하더라도 별로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노총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 중 노동계는 둘뿐이고 정부와 사용자 대표 등 나머지 6명은 사실상 같은 입장으로, 최소한의 균형도 갖추지 않은 구조에서 대화는 불가능해 신뢰를 잃은 노사정위원회 대신 새로운 사회적 논의 틀을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