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최성준<사진> 방송통신위원장은 고민이 많았다. 방통위 수장으로 내정됐지만 오랜 시간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다는 이유로 ‘전문성 부재’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시 최 위원장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방통위도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재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통신 이용자들을 잘 헤아려 정책에 반영하겠다”라고 약속하며 두 분야의 접점을 찾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취임 이후 100일이 지난 지금, 최 위원장에 대한 선입견은 달라지고 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을 기준으로 삼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공쟁경쟁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취임 이후 100일 행보를 자신있게 요약한다. 실제 최 위원장은 지난 4월 8일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와 만나 불법 보조금 근절 등 ‘공정 경쟁 실천’을 당부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자가 요금과 서비스에 기반한 공정한 경쟁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근거해 강력한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하며 CEO들에게도 자율적 시장 안정화 노력을 당부했다.
취임 이후 100일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강한 의지와 기조는 변함없다. 그는 28일 정부과천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마련된 오찬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대해 또 한 번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통신사간 요금제와 품질이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보조금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 된 요금, 서비스, 품질 경쟁을 해야 한다”며 “5년후를 내다보고 보조금 경쟁에 쓰이는 돈을 소비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말하는 공정경쟁이란 이동통신 시장 외 방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방송ㆍ통신 공공성으로 큰 줄기를 잡았다”며 “이용자 위주의 정책, 사업자들의 경제적 측면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사업자 간 공정경쟁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한다.
또 최근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크리스 채프먼 호주방송통신미디어청(ACMA) 청장과 방송통신정책 협력 및 인적교류 활성화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한국은 사업자 간 공정경쟁 이슈가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자율적으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 위원장은 100일을 지내오며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관련 업무의 속도를 점차 내고 있다. 물론 이전 주 무대였던 법원에서는 '속도' 보다는 '정확성'에 우선을 뒀지만, 방통위에서는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실무 경험보다는 학문과 이론에 익숙한 상황에서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속도 면에서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당초 28일 발표하기로 했던 ‘3기 위원회 비전 및 정책과제’를 일주일 가량 연기했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3년 동안 해나갈 일들을 발표하는 만큼 좀 더 완벽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