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한국 축구, 판 마르바이크 옳은 선택인가

입력 2014-08-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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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마르바이크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갈림길에 놓인 한국 축구가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2시간가량의 짧고 굵은 협상을 마친 판 마르바이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차기 감독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역 시절 미드필더로 명성을 날린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1998년 네덜란드 2부 리그 포르튀나 시타르트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0~2004년, 2007~2008년 페예노르트를 지휘하며 UEFA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감독으로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과 인연을 맺은 역대 외국인 감독들은 대부분 실패를 맛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은 데트마어 크라머(89·독일)다. 1991년 U-23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크라머는 김삼락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의 잦은 마찰 끝에 1992년 3월 해임됐다.

이후 한국 축구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필요성은 느꼈지만 반대 세력에 부딪혀 선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둔 한국은 월드컵 본선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숙원을 풀기 위해 거스 히딩크(68·네덜란드)를 영입,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하며 역대 외국인 감독 중 유일한 성공 사례를 남겼다.

히딩크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64·포르투갈)와 조 본프레레(68·네덜란드)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만을 남긴 채 돌아갔다.

딕 아드보카트(67·네덜란드)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사령탑에 올랐다. 아드보카트는 독일 월드컵에 출전해 조별예선 1승 1무 1패(승점4)로 비교적 선전했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았던 핌 베어백(58·네덜란드) 감독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았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대표팀을 떠났다.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16강 진출을 이뤄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도 충분히 국제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 수장을 맡은 홍명보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귀국했다. 부진한 성적보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빚은 문제점과 현대 축구 트렌드 분석에 실패하는 등 갖가지 문제점을 노출하며 축구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3명의 감독 후보 중 한 명인 판 마르베이크 감독을 만나 두 시간 정도 이야기했다”며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기본적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협상은 일주일 내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페예노르트 감독 시절 송종국과 이천수를 영입하는 등 한국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 선수들에 대한 정보력도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출전 당시 극단적인 실리 축구를 고집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용보다 결과를 중시해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특히 네덜란드 외 국재무대 경험이 많지 않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판 마르바이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축구가 2002년 히딩크에 이어 외국인 감독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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