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 18일 미래부로부터 받은 예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미래부는 지난 2월 17일 있었던 35페이지 분량의 대통령 업무보고 PPT자료를 만들기 위해 A디자인 업체에 1350만원의 용역비를 사용했다. 보고서 1페이지를 만드는 데 39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큰 비용이 발생한 건 보고서 마감 시한에 쫓겨 다급했던 미래부가 A업체가 제시한 인건비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미래부와 A업체가 맺은 계약서에는 대통령 업무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투입된 인원이 2명으로 돼 있다. 총 15일이 걸린 보고서 작업 인원의 1인당 하루 인건비는 34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4일간의 야근수당(1인당 25만3750원)을 더해 총 소요비용 1250만원, 여기에 부가세 10%를 포함해 1375만원인 견적을 미래부가 25만원 깎아 최종적으로 13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부가 지급한 비용은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비싼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종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개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도 PPT 자료를 만드는 데 하루 일당이 적게는 15만원에서 아무리 많아도 25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작년에도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 디자인 비용으로 1720만8000원을 사용했다. 총 분량은 161페이지였다. 당시 디자인을 맡은 B업체는 인건비 대신 페이지별로 12만~20만원을 산정했다. 이것과 비교해 봐도 올해 작성한 보고서 디자인 비용이 얼마나 과다했다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 측은 “10년 이상 된 잘하는 분들한테 맡겼고, 대통령 보고이다 보니까 시간도 부족해서 아침까지 밤샘작업을 많이 했다”면서 “과다하게 돈을 지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미래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들도 이와 비슷하게 업무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년 대통령 업무보고서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디자인 비용은 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을 떠나 정부부처의 고유 업무인 대통령 업무보고 때마다 외부업체에 큰 비용을 지급하면서 용역을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으로 예산낭비를 막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정책과도 정면 배치되는 행위다.
자칫 정부의 대외비 문건이 밖으로 새 나갈 우려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짤 때부터 과목별로 세부사항을 전부다 적시하지 않는 데다 규모가 작은 예산은 국회의 결산심사 때에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예산 사각지대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