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통장=은행계좌'라는 편견을 깨고 샐러리맨을 유혹하는 증권사 CMA(Cash Management Account, 종합자산계좌관리)계좌. 증권사들이 CMA 계좌유치에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주수익원이었던 브로커리지 수수료의 둔화로 대체 수익원 찾기에 급급했던 증권사는 CMA 출시와 함께 안정적인 수익과 고객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
결제기능이 없는 증권사들은 은행의 연계계좌를 연결해 지로·요금 납부, 수시입출금 등의 결제기능을 고객의 통장에 부여했으며 이것으로 증권사는 정기적인 수익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증권사들의 의욕넘치는 '열성'에 비해 CMA 고객증가가 미미하다. 또 증권사의 소액결제기능이 없어 은행에 줘야하는 수수료 부담, 은행과의 계약 파기 우려가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CMA계좌 '봇물'...왜 이렇게 서두르나=증권사들의 CMA는 지난 2004년 삼성증권의 SMA(Samsung Management Account)를 시작으로 현재 한화, 현대, 동양종금, 교보, CJ투자증권 등이 판매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박용구 한화증권 마케팅 차장은 "증권사들이 2000년 이후부터 브로커리지 영업에 대한 한계로 수익대체원 개발에 급급했다"며 "수익증권, 위탁증권 등으로는 수익과 고객을 끌어오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CMA는 자유로운 입출금, 결제기능과 더불어 연 4%이상의 이자를 제공하면서 정기적인 고객과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이렇게 CMA계좌 확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이유는 단기적 수익확보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비교적 낮은 수익을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로 배분해 향후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것. 특히 증권사가 소액결제기능을 부여받게 됐을 때를 대비한 시장선점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 증권사 마케팅 팀장은 "정기예금의 경우 운용계획과 수익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반면 CMA와 같은 수시입출금식 상품의 경우 운용 수익을 내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고, 실제 수익률도 은행상품에 비해 높지 않다"면서도 "장기적 안목에서 고객에게 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과 향후 전망=증권사의 CMA가 은행의 연계계좌를 통해 결제기능을 수행한다고 해도 주체인 은행에 비해 제약사항이 많다.
일단, 증권사의 연계은행이 대부분 우리은행으로 제한돼 타 은행 고객의 경우 거래은행을 바꿔야 하는 점, 일부 증권사의 경우 주말이나 공휴일의 경우 ATM기기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점 등이 있다.
박 차장은 "은행들이 증권사에게 주요 고객을 뺐기고 있다는 생각에 연계계약 맺기를 꺼려하고 있다"며 "우리은행, 농협, 국민은행 등이 연계계좌를 맺고 있지만 대부분 우리은행에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완규 현대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은행과 계약을 통해 연계계좌를 만들고 있다고 해도 은행만 되고 증권은 못하는 업무가 있다"며 "은행과 증권은 갑과 을의 관계로 은행이 갑자기 계약해지를 요청해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때문에 증권사들은 자체 결제기능을 가질 수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결제기능만 갖추게 된다면 증권보다 우위를 차지한 은행과도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팀장은 "은행과 증권사의 '월급통장' 경쟁으로 수수료면제, 이자율 확대 등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며 "향후 증권사가 결제기능을 얻게 된다면 은행과 증권간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는 CMA를 통해 주식, 수익증권, 선물거래 고객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증권사의 생존과 직결된 자통법 시행에 대비해 증권사들은 CMA를 통해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