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어린 ‘일진 논란’, 폭력의 대상은 누구인가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9-0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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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6' 송유빈(위)-'쇼미더머니3' 육지담(사진 = Mnet)

올해 19살인 부천 여고생 송유빈은 Mnet ‘슈퍼스타K6’에 출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가수 아이유를 닮은 외모에 준수한 노래 실력, 풋풋한 매력은 ‘슈퍼스타K’를 통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게 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송유빈의 과거 행적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술, 담배 등 미성년자로 부적절한 사진들이 공개되며 ‘일진설’이 확산됐다. 더 이상 ‘슈퍼스타K 아이유’는 없었다.

18살 여고생 육지담은 힙합 오디션의 새 장을 연 Mnet ‘쇼미더머니3’에서 천재 래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술, 담배를 했다”, “일진이었다”는 주장이 확산되며 곤욕을 치렀다. 육지담의 현란한 랩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일진인지 아닌지에 시청자의 촉각이 곤두섰다. 우리나라만큼 연예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높은 곳은 없다. 실력보단 인성이 먼저였다.

일반인 방송 출연이 보편화된 지금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일진 논란이 피해자는 물론 당사자, 프로그램, 시청자에게 2차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물론, 학교 폭력의 사회적 문제는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상처 준 행동은 미성년자라 해도 잔악무도한 행위이며 비판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자신을 괴롭힌 대상이 웃으며 방송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대중에 환호 받는 모습은 악몽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진 논란에 휩싸인 대상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묻지마식 마녀 사냥이 용인될 수 있을까. 연예인에 대한 마녀사냥은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했다. 긴 법적 공방 끝 무죄 판결을 받은 주병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혐의 자체가 주홍글씨가 되어 연예계 생명을 끊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일진 논란에 휩싸인 출연자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몇 장의 사진과 ‘카더라’ 통신만을 가지고 몰려들어 손가락질 하는 일부 대중의 행태가 과연 올바른가 이다.

▲SBS '송포유'의 한 장면(사진 = SBS)

연예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평등하지 않으며 이미지 메이킹이 만들어 낸 사각지대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누구는 범죄 전력을 가지고도 버젓이 방송에 나오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반면 누구는 작은 실수 하나로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다. 형평성의 문제와 한번의 잘못이 영원한 주홍글씨로 작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언경 방송통신심의위원은 ‘리얼 예능의 현재진단 및 개선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을 도구화 한 악마의 편집’ ‘출연자들의 안전 보장 문제’ ‘악성 댓글, 신상 털기 등 출연자 사생활 노출 문제’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BS ‘송포유’의 경우다. ‘송포유’는 일진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에 직면했고, 출연한 대안학교는 재학 중인 모든 학생이 일진으로 매도당했다.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당시 인터뷰에서 “개개인의 신상이 다 공개되고 융단폭격처럼 비난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스타가 문화 현상을 넘어 사회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런 스타가 되기 위해 수많은 청소년들이 도전장을 던진다. ‘슈퍼스타K’로 대표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으로 보장된 출세의 지름길이다. 오디션은 공통적으로 외친다. 그들의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본다고... 그렇다면 그들의 과거 철없던 시절에 대한 소모적 논쟁보다는 미래에 주목해야 한다.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일진’의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된다면 이 역시 대중에 의한 ‘일진 놀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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