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네이버 때문에 나는 오늘도 토끼눈으로 출근했다

입력 2014-09-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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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온라인뉴스부 차장 겸 뉴스팀장

“네이버 통합 검색이 9월 1일 새벽 2시부터 바뀝니다…”

지난 8월의 마지막 주말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작년 초 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전환할 때 겪었던 불확실성의 소용돌이가 뇌리를 스치면서 평화로운 주말이 엉망이 됐다.

일반 네티즌이야 네이버가 만들어준 놀이터에서 놀다 가면 그만이지만 트래픽 수치에 일희일비하는 ‘쟁이’들에게 새로운 통합 검색이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네티즌의 반응도 봐야 하고, 이것이 수치로 어떻게 나타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등 모처럼 안정됐다 싶은 자체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의 알람이다.

그동안 네이버가 서비스 형태를 바꿀 때마다 강조해온 것은 ‘이용자 본위’였다. 요약하자면 이용자들에게 청정한 놀이터를 제공하고 싶은데 언론사들의 과도한 ‘노출’ 경쟁이 이를 가로막아 부득이하게 서비스 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서 ‘노출’이란, 독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뉴스를 언론사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 포털에 공급하는 것과 남녀의 은밀한 속살을 드러낸 뉴스를 포털에 공급하는 것, 두 가지 모두를 의미한다.

이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전환할 때, 그외 많은 서비스 개편 시에 주된 변명으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번에 단행한 4년 만의 통합검색 개편에서는 약간 달랐다. 사용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면서 직접 언론사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쟁이’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3단으로 구분돼 있던 레이아웃을 2단으로 줄이고, 통합검색 화면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접근성을 불편하게 만든 점이다. 대신에 ‘핫토픽 키워드’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따라 관련 타깃층 인기 검색어가 탄력적으로 노출되도록 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는 편리하게 설계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네이버와의 소통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불편하다”, “허전하다”, “모바일스럽다”, “지나치게 구글스럽다”라는 평가가 아직까진 대부분이다.

특히 “구글스럽다”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초록색’ 말고는 아직도 고유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디어다음이라 하면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구글이라 하면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네이버에 대해선 좀처럼 정의된 것이 없다.

‘최고’라는 타이틀이 멍에가 된 것일까. ‘의견 수렴’이라는 전제 하에 떠밀리듯 수시로 서비스 방침을 바꿔온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

매번 대는 이유는 언론의 무분별한 선정성 보도 해결이다. 하지만 이것이 궁색한 변명으로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동안의 개선책들이 네이버의 독자적인 색깔을 오히려 빛 바래게 하고 검색어 병목현상을 유발시켜 일부 언론사의 무분별한 중복 기사 남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사라진 것이 ‘요즘 뜨는 이야기’와 ‘FunUp 키워드’ 코너다. 이들 코너는 사진 한 장, 대화 한 문장을 통해 현대 한국인들의 해학적인 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은 미디어다음이나 구글에 없는 네이버의 독자적인 색깔 중 하나였지만 언론사들의 무한 노출 경쟁을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네티즌의 한 사람으로서 네이버라는 놀이터에서 놀이기구가 점차 사라지는 듯해 안타깝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진 말자. 언론도 자정 노력 중이다. 달라지고 있다. 큰 미꾸라지 몇 마리만 치우면 된다.

네이버는 네티즌의 놀이터다. 청소한답시고 진정한 이용자 본위의 의미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네이버 통합검색 변경 3일째. 오늘도 나는 토끼눈으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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