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적용으로 인해 낸 벌금 규모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일 발표한 ‘국내기업의 해외 준법리스크 대응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아시아 기업에 부과한 벌금의 비중이 1995∼2004년에는 18%였으나 반독점법을 강화한 2005년 이후에는 77%로 높아졌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1000만 달러 이상 벌금이 부과된 117건을 대상으로 파악한 미국 법무무 자료를 보면 한국 기업에 매긴 벌금이 12억6000만 달러로 일본 기업(33억5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다음은 대만(8억6000만 달러), 독일(7억9000만 달러) 순이었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해 법인 벌금 상한액을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올리고, 징역형도 3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강화했다”며 “특히 일본, 한국, 대만 기업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다행히 2011년 이후에는 우리 기업이 미국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사례가 없지만, 미국 정부는 아시아 기업의 자국시장 진출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카르텔 적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법집행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공동행위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기본과징금을 100% 증액하도록 했다. 중국도 2008년 제정한 반독점법 적용을 강화하는 추세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기업이 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총액은 3조3000억원으로 이중 절반가량인 1조6000억원이 2010년 이후 최근에 발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비중이 51.4%로 가장 높고 EU가 46.4%를 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상무는 “우리나라 수출시장을 중심으로 반독점, 반부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해외진출 기업들은 해당 국가의 기준에 맞춰 준법경영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