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랫동안 여러 다국적 IT기업을 거치면서 본사로부터 한국 내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본사의 방식이 아닌 한국 여건에 맞게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으로 필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생산부터 A/S까지 모든 사업정책을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게 바꿔 놓았다.
그 결과, 한국에서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안정적 시장을 확보하며 성공을 이어갔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제품과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현지화와 실행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경험했던 일례다.
SW 제품은 일반 상품의 수출과는 달리 현지 언어, 문화, IT 사용환경 등과 맞춰 구동돼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더 현지화에 따라 수출의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국내 SW 기업들이 훌륭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도 현지화의 벽에 부딪혀 해외진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금과 인력의 선행적 투자가 있어야 후행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비즈니스에 있어, 결과에 대한 보장 없이 해외시장 진출을 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의 자구적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중소 규모 기업이 많은 국내 SW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정부는 국내 SW 수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중·소 SW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 정보화 컨설팅 지원’ 및 ‘수출형 소프트웨어 제품화 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ICT·SW 중소기업 수출지원 센터’를 개소하는 등 SW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도 최근 중소기업청이 진행하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돼 향후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 지원을 받게 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행보에도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올해도 정부는 ‘SW 중심 사회’를 선언하고 SW 중심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팔을 걷어붙이는 등 정부의 전격적 지원이 더해지면서 국내 SW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더욱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SW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과감한 실행력을 통해 해외시장을 뚫는다면, 세계에서 한국 SW가 위상을 떨칠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