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소기업 간 경제민주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양극화 심화라 말씀드렸습니다. 기업과 가계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사이 양극화 문제를 푸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겠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생의 길을 가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강해지는 것이 대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대기업 스스로 인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납품 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의 관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 신제품을 개발하면 대기업은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납품 가격을 인하하도록 요구해 중소기업 성장에 저해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는 듯합니다. 독일의 경우 제품 제조 대기업들이 오히려 중소 납품회사들 R&D(연구개발) 비용을 부담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구조를 만듦으로써 오늘 독일의 강한 경제를 구축하였다는 내용을 우리 대기업도 참고했으면 합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기회평등의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모든 기업에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조건이 같다면 계열사 제품을 쓸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기회 자체를 주지 않는 것은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대기업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한 큰 역할을 아무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기업이 되기까지 국민과 정부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장재원이 없을 때 국민들은 저금리를 감수하고 예금하여 정책자금 형태로 대기업의 성장 재원을 지원했습니다. 물론 최근 대기업 임직원의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만의 노력으로 결코 오늘이 있지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과거를 잊고 오늘의 경쟁력이 마치 그들만의 노력으로 이룩한 것인 양 대기업 CEO들의 과도한 연봉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다른 나라 대기업보다 더 사회적 책임 의식을 크게 느껴야 합니다.
오늘날의 대기업이 될 때까지 순환출자가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주주는 극히 소수의 자본으로 순환출자 형태를 빌려 대기업군을 형성한 것입니다. 순환출자 정책이 단기간 내에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정책이 불균형 성장에 기여한 것도 부인 못할 사실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고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하셨지요. 그러나 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하고 그 양극화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가 순환출자라면 점진적으로 기존의 순환출자도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순환출자를 그대로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면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고착화된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대기업군 형성이 어려워지고 기득권만 보호받는다는 점입니다.
당시 순환출자 해소에 15조원의 돈이 필요한데 이를 투자해 고용을 창출해야지 왜 지분 문제 해소에 큰돈을 투자하느냐고 반대 여론이 있었지요. 대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가 자금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익성이나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많은 규제 그리고 전투적 노사관계로 인건비가 상승해 투자하지 않는 것이지 자금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순환출자제한을 규제가 아니라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 정비라 생각해주십시오. 기존의 순환출자도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고 지배구조의 후진성에서 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줄일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요즈음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업종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규모만 고려하여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고 있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콩나물 등을 특화하여 중견기업이 된 회사, 레미콘 사업에서 출발하여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더러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현 사업에서 손을 떼라 하는 것이 동반성장의 길은 아닐 것입니다. IT(정보통신) 관련 업종의 경우 규모를 키워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한다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개별 기업, 산업, 그리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스마트한 정책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