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사진>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ACSB)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발전 방안을 두 가지 요소로 함축했다. 글로벌화와 기업가정신.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도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2014 아시아중소기업대회’를 주도하고 있는 김 회장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이 맞이한 ‘갈라파고스(Galapagos)’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도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것은 과거 1990년대 이야기일 뿐, 현재는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는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며 “국내 기업들도 최근 갈라파고스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갈라파고스란 자국 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어 결국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회장은 “소위 잘 나간다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인다”며 “반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글로벌화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을 한국경제의 불균형에서 답을 찾지만, 시장논리 관점에서 봤을 때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글로벌화가 미진한 이유 중 하나로 죽어가는 기업가정신을 꼽았다. 그는 “기업가정신이란 현재에 안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제품이 범용품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자세도 기업가정신의 한 모습”이라고 정의했다.
김 회장은 또 “새로운 것,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려는 기업가정신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올릴 생각보다 정부의 힐링 정책에 의존하려고 하는데, 이는 기업의 근본 경쟁력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가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중국에 가격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조건적인 퍼주기식 중소기업 지원책은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적인 불황을 겪게끔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게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글로벌화 정책도 중소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을 키워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철학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려는 중소기업들에게 해외시장 도전에 나서게끔 하는 원동력인 기업가정신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들에게 힐링 정책으로 막연한 희망만 던져주면 안 된다”며 “정책 역시 중소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위해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관점에서 일본의 ‘교토식 경영’이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독일식 히든챔피언 육성 방법을 쫓고 있지만, 이는 수백년의 산업역사가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라며 “독일보다는 일본의 교토식 경영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교토식 경영이란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법보다, 독창적인 경영과 특화기술로 승부하는 일본 교토 지역 중소기업들의 방식을 뜻한다.
글로벌화를 위해 급성장하는 시장을 찾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김 회장은 경제성장률이 높은 아시아 시장을 주목했다. 2회째를 맞는 아시아중소기업대회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미얀마 산업부 장관이 이번 아시아중소기업대회를 보더니 관련 국장에게 세계중소기업협의회를 만들어 소통을 하라고 주문하더라”며 “한국 역시 세계중소기업협의회,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와 같은 비교의 장을 만들어 의식을 일깨워야 글로벌화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